[매주 읽는 단편 교리]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12월 8일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본당이나 교구의 경우처럼 한국천주교회 전체에도 주보가 있는데, 바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입니다. 1838년 12월 1일,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는 그때까지 주보로 모시던 성 요셉 대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를 조선교구의 주보로 인가해 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1841년 8월 22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1831-1846 재위)은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1898년에는 명동대성당이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께 봉헌되었습니다. 사실, 성경에는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라는 가브리엘의 인사에서 성모님이 이미 어떤 은총 지위에 계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에페 1,3-14에는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 이전에 우리를 선택하셨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는 하느님의 은총이 인간의 죄를 앞선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교리의 핵심은,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육신을 물려받고 성령께서 거처하신 마리아의 태중은 무죄하고 흠 없이 깨끗하다는 믿음입니다. 대축일의 본기도는 이 점을 잘 설명해 줍니다: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통하여, 성자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시고, 성자의 죽음을 미리 내다보시어, 동정 마리아를 어떤 죄에도 물들지 않게 하셨으니…” 8세기 초반부터 동방 교회에서는 ‘마리아의 탄생’과 관련해 12월 9일에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의 어머니 성녀 안나의 잉태 축일을 지냈습니다. 10~11세기 영국에서는 12월 8일에 성모 마리아의 잉태 축일을 지냈고, 이는 곧 프랑스 전역에도 전해졌습니다. 중세 때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에 반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치열한 논쟁 중에도 이 축일은 교회 안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마침내 1854년 12월 8일, 복자 비오 9세 교황(1846-1878 재위)은 회칙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Ineffabilis Deus)을 통해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습니다: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시는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공로를 미리 입으시어,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게 보호되셨다”(DH 2803). 여기서 주의할 점은 교의(敎義) 선포가 새롭게 교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교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12월 8일이 주일과 겹쳐 전례일의 등급상 대림 시기의 주일이 성모님의 대축일보다 우선하기에, 이날을 하루 늦춰 12월 9일에 지냅니다. 대축일 미사의 감사송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겨보도록 합시다: “주님께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원죄에 물들지 않게 지켜 주시고, 은총으로 가득 차게 하시어 성자의 맞갖은 어머니가 되게 하셨나이다. … 지극히 깨끗하신 동정 마리아에게서 저희 죄를 없애시는, 죄 없으신 어린양 성자께서 나셨으니, 주님께서는 동정 마리아를 모든 피조물 위에 들어 높이시고, 주님의 백성을 위하여, 은총의 전구자요 거룩한 삶의 모범으로 미리 정하셨나이다.” [2024년 12월 8일(다해)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의정부주보 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