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에서의 교회문화] 오르간 페달을 밟아 바람을 불어 넣어 울리던 건반악기. 학교 교실에서나 만나던 풍금은 전자 키보드로 대체되어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오르간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원래 서양 악기인 오르간을 한자식으로 번역해서 풍금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풍금은 오르간 중에서도 리드 오르간(reed organ)을 말합니다. 이처럼 친숙한 악기인 오르간은 가톨릭 교회와 밀접한 관계 안에 있습니다. 교회가 사용하는 오르간은 파이프 오르간을 말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포한 전례 헌장 제120조는 “라틴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은 전통적인 악기로서 크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 음향은 교회 의식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정신을 하느님 및 천상에로 힘차게 들어 올릴 수 있다.”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톨릭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을 교회 음악의 한 분야로서 모든 악기에 우선하여 공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르간이 처음부터 교회의 전례 악기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교회에서는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악기를 전례에 들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악마의 소리 악기로까지 여겨져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중세 수도원을 중심으로 전파되던 오르간은 14세기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교회의 거룩한 악기로 자리잡게 되었고 트리엔트공의회에서 오르간을 교회의 전통악기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인 교회의 전례 악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기록에는 실학자들의 저서에서 나타납니다. 홍대용(洪大容)은 『담헌집(1762)』에서 북경의 성당에 설치된 오르간을 본 소감을 기술하고 있으며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1778)』에서도 그 기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파이프 오르간이 처음 설치된 곳은 개신교의 정동 교회(1918년)이고 명동대성당(1924년)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2017년 11월 17일에 축복식을 가진 범어대성당의 오르간은 6천여 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초대형 오르간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오르간에 이어 국내에선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르간이 가톨릭 교회에서 중요시되고 장려되는 이유는 오르간의 소리가 어느 악기보다 인성과 잘 융합되며, 음색이 무궁무진하고 음역이 넓어서 음악의 효과를 잘 낼 수 있고 고요함과 위엄을 모두 갖추어 악기 중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악기라 해도 전례 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르간의 소리가 아니라 하느님을 찬미하는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24년 12월 22일(다해) 대림 제4주일 대구주보 4면, 교구 문화홍보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