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주님 성탄 대축일 이번 주 수요일, 12월 25일은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주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자주 듣는 영어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the mass of Christ)라는 의미입니다. 아르메니아 교회를 제외한 모든 그리스도교에서는 12월 25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기념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만을 기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처럼 주님의 성탄을 경축하게 된 건 300년대 이후입니다. 그런데 동방 교회(그리스, 소아시아, 이집트 등 그리스어를 사용하던 지역의 교회)에서는 200년대에 이미 ‘주님 공현’을 기념하고 있었습니다. 1월 6일에 지내던 공현 축일은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도 전파되었습니다. 12월 25일을 예수님의 성탄 축일로 지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354년에 쓰인 「로마 주교와 순교자들의 사망 일지」 (Depositio episcoporum, Depositio martyrum)입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로마에서는 336년에 12월 25일을 그리스도 예수님의 성탄 축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해 그날부터 축일을 지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에 앞서 이미 이 축일이 있어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12월 25일에 주님 성탄 대축일을 지내게 된 데는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교인들이 지내던 ‘무적의 태양신 탄생 축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대응책이었다는 것입니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270-275 재위)는 274년 시리아의 태양신 공경을 받아들여 12월 25일에 이 축제를 지내게 했습니다. 이때,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퇴폐적 태양신 숭배 축제에 빠져드는 걸 우려해 같은 날 주님 성탄 대축일을 지내도록 정했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엔 “승리의 태양”(말라 3,20)이며 “세상의 빛”(요한 8,12)이신 예수님에 대한 신앙이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설은 달력 계산에 따른 것입니다. ‘태양이신 그리스도’를 염두에 두면서 하지와 동지의 시점을 계산해 정한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하지에 태어났기에, 루카 1,26에 따라 예수님은 그보다 6개월 뒤 동지에 태어났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했던 세례자 요한의 증언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부터는 매일 해가 점점 짧아지는 데 반해, 동지부터는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밤, 새벽, 낮 모두 세 차례의 미사가 봉헌됩니다. 밤 미사는 ‘첫 미사’ 또는 ‘천사 미사’, 새벽 미사는 ‘둘째 미사’ 또는 ‘목자 미사’, 낮 미사는 ‘셋째 미사’ 또는 ‘말씀 미사’라고 합니다. 순서에 따른 명칭 외의 다른 이름은 그 미사 때 봉독되는 복음의 내용에 따라 붙여진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신적 본성에 참여하게 하려고(Deificatio)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셨다(Incarnatio)’. 이는 말씀이신 성자께서 인간이 되어 오신 이유를 단명하게 설명해 주는 오랜 신학 명제입니다. 이제 우리 구원을 위해 낮은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오시는 예수님을 겸손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도록 합시다. [2024년 12월 22일(다해) 대림 제4주일 의정부주보 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