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에 관하여 올해 1월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새로운 <신학교를 위한 지침과 규범>을 발표했습니다. 규범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 관해, 교회는 당사자들을 깊이 존중하면서도, 실제로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들, 뿌리 깊은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또는 이른바 게이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신학교나 성품에 받아들일 수 없다.”(44항) 그럼에도 언론은 교황청이 성관계를 하지 않는 동성애자의 신학교 입학을 허용했다고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그 근거는 이어지는 내용 때문입니다. “사제 후보자 양성의 목적은 독신 생활의 순결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본다면 이는 신학생 양성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자유와 책임의 교육에 대한 권고일 뿐이지만, 언론에서 뒷부분만 편집해 책임 있게 순결을 지킬 경우 신학교 입학이 가능하다고 왜곡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언론의 해석은 올바르지 않다. 동성애자의 사제직 불허에 관한 규범은 변함없다.”(2025년 1월 10일 자 ‘아베니레’ 신문)고 대응했습니다. 물론 교회는 동성애 ‘성향’과 ‘행위’를 구분합니다. 그러므로 동성애 성향이 있는 이들에게는 죄의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개인의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의지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습니다.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목적을 결여한 행위이며, 성서에서도 이를 극심한 부패 행위로 단죄하고 있고, 하느님을 배척하는 슬픈 결과를 내는 것으로까지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목적 차원에서 동성애자의 개인적 어려움과 사회에 대한 부적응을 극복하려는 희망을 북돋아 주어야”하며 “동성애자들이 폭력적인 적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것은 개탄할 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동성애 ‘행위’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 윤리상의 특정 문제에 관한 선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지만 사랑과 자비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선의 부재, 계명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하느님의 사랑은 회개한 이들에 대한 자비, 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애달픈 기다림이지 무분별한 사랑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동성애 성향만으로도 신학교 입학이 허가되지 않음을 교회는 분명히 해왔습니다. 특수한 성향이 죄가 아니라도 그것은 윤리적 악으로 기울어지는 다소 강력한 경향이기에, 그 성향 자체는 하나의 ‘객관적 무질서’로 인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뿌리 깊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서품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25년 3월 2일(다해) 연중 제8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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