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2025년을 가톨릭교회는 희년으로 선포했습니다. ‘희년’(禧年)이란 무엇인가요? 창세기를 보면 세상 창조 때 하느님께서 6일 동안 일하시고, 7일째 되는 날 쉬셨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6년 동안 밭을 경작하고, 7년째 되는 해를 안식년으로 지냈는데, 이때는 밭의 소출을 자기 소유로 주장하지 않고, 여기서 얻은 곡식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때는 빚도 탕감해 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안식년을 7번 지낸 다음 해가 희년입니다. 이때는 땅을 일구지도 않고, 땅이나 물건은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해입니다. 희년은 모든 것이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것임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교황님은 희년을 선포하시며 특히 ‘희망’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성경은 희망을 무엇보다 사랑과 믿음에 연결시켜 말합니다. 실제로 희망의 근거는 십자가에서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성심에서 샘솟는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 사랑 때문에 우리는 죄인임에도 구원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2-5) 그리스도인은 사랑에서 비롯된 희망이 믿음을 통해 굳건해질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참 어렵고 힘든 우리에게 교회는 희망을 가지고 인내하라고 가르칩니다. “인내와 위로의 하느님”(로마 15,5)이신 분께 믿음을 두고 인내하며 희망해야 합니다. 인내는 희망의 출발점이자 과정이며 토대입니다. 희년을 위해 거룩한 장소라 지정된 곳을 방문하고, 순례하며 정해진 참회 행위를 바치면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교황청 내사원은 대사 받는 12가지 방법을 제시하였고, 이에 근거해 우리 교구도 전대사 받는 방법을 굿뉴스에 공지했습니다. ‘대사’(大赦, indulgentia)란 고해성사 이후 죄를 용서받았으나 아직 미처 다 해소하지 못한 나머지 벌인 ‘잠벌’을 사해 주는 것, 그리고 보속을 완수하지 못한 채 죽은 형제들의 구원을 위해 살아 있는 신자들이 ‘대속’하도록 허락해 주는 것입니다. 대사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죽은 이를 위해서도 대리 기도의 방식으로 얻어줄 수 있지만,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얻어줄 수는 없습니다. 대사는 희년의 선물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희년의 목적은 창조주 하느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사는 기쁨을 배우는 것입니다. 희년은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믿음과 사랑을 키워가는 시간입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의 “길, 진리, 생명”(요한 14,6 참조)이신 예수님과 참되고 인격적 만남을 갖는 시간이 희년입니다. 그리스도는 언제나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2025년 3월 30일(다해)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7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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