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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에서 희년을 보다: 낯선 그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02 조회수9 추천수0

[사회교리에서 희년을 보다] 낯선 그들

 

 

2023년 여름, 아는 수녀님의 초대를 받아 독일 파더본(Paderbom)에 위치한 빈센트회 수녀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집이었습니다. 잘 가꿔진 정원에선 수녀님들의 성실함이 엿보였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지만 여전히 견고한 가구들에선 수녀님들이 얼마나 검소하게 물건들을 잘 관리하며 살아오셨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성당에 놓인 낡은 성경과 묵주에선 영성의 향기가 풍겼고, 손님방 탁자 위에 놓인 예쁜 물컵과 쿠키 몇 조각에선 손님을 향한 세심한 배려도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저의 눈길을 끈 것은 수녀원 곳곳에 앉아 있던 ‘낯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그 수녀원을 방문한 저에게 누가 낯설지 않겠냐마는 그분들은 특별히 낯설었습니다. 어딘가 차가웠고 많이 지쳐 보였습니다. 나중에 수녀님께 여쭈었더니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분들의 낯선 모습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었다는 것을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속보를 접하였을 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스에 등장하는 빈도도 줄고, 코로나 때와는 달리 제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전쟁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으니 그 심각성을 잊고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피난 중이었고 그렇게 ‘낯선’ 모습으로 저의 주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녀원에서 보았던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낯선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 것은 얼마 전 보았던 뉴스 속 한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종전(終戰)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보기에 불편하더군요. 당신은 우리에게 감시해야 한다. 이런 자리에 입고 올 양복도 없는가. 앞뒤 맥락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그리한 교양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마치 힘을 가진 자들이 절박한 한 사람을 윽박지르는 듯하였습니다. 수만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지도자의 모습은 그날따라 유독 더 초라하고 힘들이 보였습니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인간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멍청한 결정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전쟁은 재앙이고, 결코 국가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길이 아니라고 천명(闡明)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호소를 경청하지 않는 세상은 여전히 전쟁에 몰두합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그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더 이상 ‘낯선’ 이웃으로 살게 두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평화를 외쳐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가 살고 있는 희년은 ‘화해’의 해입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리의 이웃들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평화와 화해의 은총을 청합시다.

 

[2025년 3월 30일(다해) 사순 제4주일 수원주보 4면, 심재관 사무엘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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