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인간의 지능, 기계의 지능 최근 2023년, 벨기에의 30대 남성이 인공지능(AI) 챗봇에 고민을 털어놓으며 의존하다 자살을 권유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해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회사는 채팅할 때 사용자의 선호도를 학습하는 가상 친구 AI를 출시했고 구글 트렌드 데이터는 ‘AI 이성 친구’ 검색어가 2,400%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사고 없이 단어를 생성할 수 있는 기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 기계 뒤에 마음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을 멈추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AI 전문가, 에밀리 벤더) 현재 생성형 AI는 일반적으로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텍스트, 연설, 이미지 등의 고급 산출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은 사용자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이러한 식별 능력이 없을 경우,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유의지를 기계에 위임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오염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AI는 인간 지능의 ‘특정 기능’을 모방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이지만 정량적 데이터와 전산 논리를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설사 하나의 인간으로 보아도 무방한 지적 수준의 인공지능(강인공지능)이 개발된다고 해도 영혼을 가진 인간, 영혼의 작용인 감정을 지닌 인간과는 다른, ‘피조물의 피조물’이므로 의식과 도덕적 판단 능력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머신 러닝과 같은 과정으로 학습할 수 있지만, 이는 감각적 경험, 정서적 반응, 사회적 교류, 각 순간의 고유한 맥락 등 구체화된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인간 지능의 발달적 성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에 교회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이 기술로 세상을 해석하는 접근 방식은 인간관계에 대한 감각, 넓은 지평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기계의 지능을 인간의 지능과 같거나 보다 낫다고 여겨서는 안 되며, 인간 지능의 ‘결과물’로 간주해야 합니다. 인간 지능의 노동력의 결실인 과학적 탐구는 하느님과 함께 가시적 창조물을 완성하는 협력의 일부여야 합니다. 모든 과학 기술적 성과는 하느님이 내려주신 인간 창의성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항상 하느님의 질서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회는 생명의 신성함,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응용 프로그램에 반대하며, 기술 개발이 책임 있게 전개되어야 하고 더 큰 정의, 형제애, 사회 질서의 추구에 기여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참다운 지혜는 무엇인지, 현재의 인류가 참된 진리를 얼마나 따르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혜란 단순한 지식의 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완벽함의 척도는 그가 습득한 정보나 지식의 양이 아닌 그가 행하는 사랑의 깊이입니다.”(〈옛것과 새것〉 116항) [2025년 4월 6일(다해)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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