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매주 읽는 단편 교리: 봉헌(Oblatio)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29 조회수11 추천수0

[매주 읽는 단편 교리] 봉헌(Oblatio)

 

 

지난번에 살펴본 감사기도 중 ‘기념’(Anamnesis)에서처럼, ‘봉헌’(Oblatio)의 경우도 역시 성찬 제정 축성문으로 희생 제물의 봉헌이 온전히 이루어졌음에도 별도의 봉헌 기도를 바칩니다. 「미사 경본 총지침」은 이 봉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교회, 특히 지금 여기에 함께 모인 교회는 이 기념제로 흠 없는 제물을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봉헌한다. 교회는 신자들이 흠 없는 제물뿐 아니라 자신도 바치기를 바란다”(79항).

 

고대교회부터 거의 모든 전례는 ‘기념’과 ‘봉헌’을 연결하였는데, 그중 ‘봉헌’에 더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로마 전문, 곧 제1양식에 잘 드러납니다. 우리말 번역문은 “… 기념하나이다. … 봉헌하나이다.”이지만, 라틴어 원문에는 “… 기념하면서 …봉헌하나이다.”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기념 기도의 문장이 봉헌 기도문에 종속되어 있을뿐더러 봉헌 기도의 내용이 훨씬 길게 나옵니다.

 

먼저, “저희는 아버지께서 베풀어 주신 선물 가운데서 이 깨끗한 제물, 거룩한 제물, 흠 없는 제물, 영원한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존엄한 대전에 봉헌하나이다.”라는 구절에서는 교회가 바치는 성체와 성혈이 가장 깨끗하고 거룩하며 흠 없는 제물이라는 점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제물을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일찍이 주님의 의로운 종 아벨의 제물과 저희 조상 아브라함의 제사와 대사제 멜키체덱이 바친 거룩하고 흠 없는 제물을 받아 주셨듯이 이를 받아들이소서.”라는 구절에서는 구약 시대에 올바른 제사를 바친 인물들, 곧 아벨과 아브라함과 멜키체덱을 언급하는데, 이는 거룩한 제물을 바치는 우리가 스스로 부당함을 절감하기에, 구약의 제사를 상기하면서 우리의 제사도 그와 같이 받아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전능하신 아버지, 간절히 청하오니 거룩한 천사의 손으로 이 제물이 존엄한 천상 제단에 오르게 하소서.”라는 경문은 묵시 8,3-5에 나오는 환시를 연상시키며, 제물을 받아달라는 청원을 반복하는 구절입니다.

 

제2양식의 봉헌 기도는 기념 기도와 한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도 자체가 간단명료합니다: “(저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봉헌하나이다.” 이 기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가져오는 생명과 구원이라는 효과를 명확히 밝힙니다. 이어서 나오는 “또한 저희가 아버지 앞에 나아와 봉사하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라는 경문은 히폴리토의 봉헌 기도를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기념하고 봉헌하면서 다시 감사로 되돌아가는 내용이 특별합니다.

 

제3양식의 봉헌 기도도 기념 기도와 연결되어 있는데, 제2양식처럼 간단합니다: “…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룩하고 살아 있는 이 제물을 아버지께 봉헌하나이다.”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세상의 모든 죄를 씻어주는 “거룩한” 제물이며, 십자가에서 죽었지만 부활하시어 영광중에 계신 “살아 있는” 제물이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제4양식은 성체성사를 통해 봉헌하는 제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봉헌하나이다. 이는 주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사이며, 세상에 구원을 주는 제사이옵니다.” 이로써 성찬례가 예수님의 희생 제사와 다른 제사가 아니라, 성부께서 기꺼이 받으시고 모든 이에게 구원을 주는 십자가 제사와 같은 제사임을 밝힙니다.

 

[2025년 4월 27일(다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정부주보 8면]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