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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 잔치에 응하지 않는 핑계(루카 14,15-24)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04 조회수35 추천수0

[가톨릭 신학] 잔치에 응하지 않는 핑계(루카 14,15-24)

 

 

어느 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과 식사하시다가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누가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게 될 것인지 혼인 잔치의 비유(루카 14,15-24)를 통해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잔치 시간이 되자 종들을 보내서 초대받은 이들을 데려오게 합니다. 그런데 초대받았던 이들은 갖가지 다양한 이유를 들면서 혼인 잔치의 초대에 응하지 않습니다. “내가 밭을 샀는데 그것을 보아야 하오.”(18절),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19절) 등입니다. 그러자 잔치의 주인은 종들을 다시 내보내어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21절)을 데려와 잔치에 사람들이 가득 차게 하여 잔치를 성대하게 치릅니다.

 

이 비유에서 신학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눈먼 이들, 그리고 다리 저는 이들’이 잔치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소외받고 비천한 이들로 여겨졌던 사람들을 구원으로 초대하는 것이야말로 메시아가 행할 일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의 다른 곳에서도 예수님께서 행하실 일을 묘사할 때 비슷한 내용이 언급됩니다. 대표적으로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희년을 선포하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혼인 잔치의 비유는 곧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로 초대하는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세례를 받고 예수님의 제자가 된 우리는, 혼인 잔치의 비유로 생각해 보자면, 이미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예수님의 그러한 초대에 기쁘에 응답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밭을 샀다는 이유로, 겨릿소를 샀다는 이유로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비유 속의 사람들처럼, 그 초대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사실 그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잔치의 초대를 거절할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밭을 산 것이, 겨릿소를 산 것이, 잔치에 참여하여 그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보다 중차대한 일은 아닐 테지요. 따라서 그러한 이유들은 잔치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려는 핑계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시간에도 하늘 나라의 기쁨에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초대에 응답하여 그 행복을 누리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핑계가 아닌 응답을 통해 기쁨의 잔치에 참여하는 우리가 모두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 6월 1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서울주보 5면, 박진수 사도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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