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교황, “하느님과 형제들의 겸손한 종” 1. 베드로 직무 - 가톨릭교회는 교황의 사임 혹은 선종 후에 추기경단(80세 미만)의 교황 선거, 곧 콘클라베(Conclave)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한다. 단, 교황직의 기원은 교회 스스로 만들어낸 제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워진 사도적 직무이다(마태 16,18-19). 곧 예수님께서는 인류 구원 사명이 세상 끝 날까지 이어지기를 원하셨고, 이에 따라 베드로를 맏이로 한 사도단에게 그 임무를 맡기셨다. 단, 사도단 안에서 베드로에게 맡겨진 직무는 고유하면서도 특별했다(요한 21,15-17). 이를테면 베드로는 12사도의 명단에서 늘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마태 10,2; 루카 6,14), 예수님의 주요 사건에도 자주 동행했고(마르 9,2; 14,33),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로서 제자들을 대표해 발언하는 등(마태 16,22; 18,21; 19,27) 그의 위치와 역할은 초대교회부터 높은 권위 속에 인정되어 왔다. 결국 예수님으로부터 주어진 베드로 직무는 베드로 이후에 그의 후계자인 교황을 통해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2. 로마의 주교 - 『교황청 연감』(Annuario Pontificio)에 따르면, 교황은 오랜 교회 전통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바티칸 시국의 원수” 그리고 “하느님의 종들의 종” 등 다양한 호칭으로 일컬어진다. 다만 교황의 호칭 중에서 “로마의 주교”라는 직함은 가장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단적인 예로,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부터 최근 레오 14세 교황까지 선출 직후 자신을 우선적으로 ‘로마의 주교’라고 소개했다. 그중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이후 곧바로 교황의 공식 호칭을 표기하는 첫 페이지에 오직 ‘로마의 주교’만을 단독으로 명시하고, 다른 나머지는 둘째 페이지에 ‘역사적 호칭’으로 분류하여 표기하도록 명했다. 이점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물론 베드로 사도가 로마에서 순교한 이후 로마의 주교가 베드로 직무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교황직의 본질이 권위가 아니라 봉사”(『희망』 500)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교회 안에서 교황의 최고 권위는 교회 지도자로서 지배와 군림으로써가 아니라, 로마의 주교로서 세계 주교단과 보편 교회의 친교와 일치에 봉사하는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드러난다. 3. 약함과 강함 - 성경은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놀라운 설교와 기적 그리고 용감한 활동 등의 ‘강함’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베드로의 성급함과 나약함 그리고 배반 등의 ‘약함’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는 교황이 전 세계 교회의 목자로서 최고 권위를 지니지만, 동시에 그 역시 한 인간으로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일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는 죄인이고 그래서 하느님께서 저를 살피셨습니다.”라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며, 하느님 백성에게 축복하기 전, 먼저 고개 숙이며 하느님 백성의 축복을 청했고, 또 고해성사 집전하기 전, 먼저 무릎 꿇고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몫은 분명하다. 주님께서 당신의 “포도밭에서 일할 단순하고 겸손한 일꾼으로”(교황 베네딕토 16세) 뽑으시고 세우신 교황이 인간적 약함을 넘어 “하느님과 형제들의 겸손한 종”(교황 레오 14세)으로서 교회의 참된 목자의 길을 담대하게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마음으로 연대하고, 기도로 함께하자! [2025년 6월 15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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