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행복(진복팔단)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행복을 우리 삶의 목표로 삼기도 하지요. 그리고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 만끽하려 애씁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정겨운 시간,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만족감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진정한 행복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행복은 어떨까요? “내가 그리스도인이어서 행복하다.”라고 자각해 본 분들은 그 행복이 일상의 기쁨을 넘어서는 더 깊고 특별한 차원의 행복이라는 것을 공감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느끼는 이 행복은 진복팔단이 전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아름다운 증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니사의 그레고리오는 〈진복팔단에 대한 여덟 편의 강론〉에서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라는 말씀을 통해 행복의 본질을 설명합니다. 이 구절은 행복한 사람은 하느님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을 볼 수 있을까요? 교부는 이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첫째는 지혜를 통해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예술 작품을 보며 그 안에 담긴 예술가의 의도를 느끼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둘째는 마음이 깨끗해져 하느님을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본다.’는 육체적인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내면에서 느끼고 모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미 하느님을 보았습니다. 하느님을 본다는 것은 전적으로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가능한 일이며, 이 은총은 세례를 통해 우리 안에 시작되어, 하느님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 내면에 새겨 놓으신 신적 형상을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진복팔단에서 하느님을 볼 것이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입문 성사인 세례를 통해 주어지는 열매와 같습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선하심과 아름다우심을 내면에 담을 수 있으니, 그분의 본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유한한 우리 인간의 삶은 무한한 하느님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여정에 있기 때문에, 진복팔단은 바로 그런 여정에 있는 이들의 삶의 모습과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됩니다. 내 안에 새겨진 하느님을 발견하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어떤 고난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쁨이 차오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뚜벅뚜벅 시나이산을 오른 모세처럼, 하늘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보며 갈망을 멈추지 않은 야곱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향해 묵묵히 걷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담담하게 고백하게 됩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어서 행복합니다.” [2025년 6월 2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6면, 전인걸요한 보스코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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