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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노동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25 조회수38 추천수0

[사회교리] 노동

 

 

노조’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주먹 팔을 휘젓는 모습, ‘강성노조’, 다소 과격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 나라의 약 2800만명, 인구의 절반이 노동자요, 절대 다수가 그 가족인데 사회적인 통념은 노동자들에 대하여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발표하였다. 최초의 사회교리 회칙인 이 회칙은 교회 밖에서는 ‘노동헌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그로 인한 반대 급부로 ‘공산주의’가 생겨나던 때, 교회는 자본가의 횡포로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이 회칙을 반포하게 된다. 자본은 더욱 집중되고 노동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갔다. 하루 16시간 극심한 노동, 어린이와 여성마저 이러한 열악한 노동에 동원되고, 마치 인간이 노예처럼 그리고 공장의 기계처럼 전락하던 때에 교회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폐해를 동시에 지적하며,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도록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각국에 노동법이 제정되었다.

 

교회는 노동이 신성하다고 가르친다. 인간은 노동으로 하느님 창조사업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노동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더 쓸모 있게, 더 아름답게, 더 가치롭게 한다. 그리고 노동은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안에 인격이 스며 있다. 인간은 노동으로 하느님 창조에 동참하고, 자기를 실현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해결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주체들은 노동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선 기업과 고용주는, 노동자들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예가 아니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경영의 효율과 사업성 그리고 이윤의 극대화만을 찾지 말고 윤리와 인간성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이 필요하다.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경영은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영업을 이어가기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정부는 기업과 노동자의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조정해 주어야 한다. 양측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고 서로 양해할 수 있는 바를 협의하여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동료들과 단합하고 연대하여 공동의 문제들을 풀고자 노력해야 한다. 일반 대중의 관심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 심각한 노동 인권 침해에 대하여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은 어떠한가? 직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 해 약 600명. 하루 평균 두 사람이 직장에서 일하다가 죽어가고 있다. 찌는 듯한 이 더위에도 고공농성, 단식농성에 나선 노동자들이 있다. 오늘날의 노동 현실이 개탄스럽다. 사람이 일을 하고, 사람이 돈을 번다. 살자고 일하는 사람에게 죽음이 웬말인가? ‘함께 사는 세상’을 일구어 가야 한다. 돈벌이보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 돈벌이보다 ‘생명’이 우선인 나라,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2025년 7월 20일(다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가톨릭마산 5면, 하춘수 레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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