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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리: 은총과 구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8-06 조회수49 추천수0

[가톨릭 교리] 은총과 구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은총은 하느님의 선물

 

“은총은 본성을 전제하고, 이를 완성한다”(Gratia supponit naturam et perficit illam). 

 

20세기 스위스의 저명한 가톨릭 신학자인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살(Hans Urs von Balthasar)은 2천 년 그리스도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명의 신학자를 고대 서방교회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동방교회의 오리게네스(Origenes), 그리고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라고 언급했습니다. 위의 경구는 그중 한 명인 성 토마스의 유명한 말입니다.

 

이 경구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은총은 마치 해와 비가 선인이나 악인에게 차별 없이 내리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전해지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은 은총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늘 어렵고 힘들게 보이는데, 위의 경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 중 하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넘치는 은총을 주시지만, 대부분 사람은 하느님이 은총을 주셔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신앙 성숙도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아니면 은총을 받을 준비 자세나 죄의 상태 여부, 혹은 은총을 이미 받았지만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경우 등등 다양합니다. ‘은총은 인간의 본성을 전제하고, 이를 완성한다’라는 말은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실 때 우선적으로 우리 인간의 본성을 존중해 주시고, 우리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은총을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말은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을 알아보고 잘 받아들이기 위해 인간은 자기 본성의 능력을 깨닫고 항상 하느님께 응답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은총이란 무엇인가요? 우선 ‘은총’ 내지 ‘은혜’라고 번역되는 구약성경의 단어는 히브리어로 헤세드(hesed), 라하밈(rahamim), 헨(hen) 등인데, 이는 하느님이 베푸시는 자비, 호의, 친절, 사랑 등의 뜻입니다. 이 단어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 ‘카리스’(Charis)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카리스마’라는 단어의 뜻은 하느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 즉 은총입니다. 따라서 은총이란 인간의 행복과 완성과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따뜻한 마음, 호의적 선물, 무상적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구원

 

인간은 창조될 때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하느님을 닮았고 비슷한 모습이 영혼 안에 새겨져 있습니다. 살아계신 성령의 궁전인 인간의 마음은 창조 당시에는 그 자체로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고 닮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지은 죄, 즉 원죄(原罪) 때문에 인간의 영혼은 망가지고 혼탁해져서 스스로 힘만으로는 하느님과 일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창조 사건 이래 인간을 도와주시고자 다양하고 수많은 사건과 기적들을 보여주셨고, 여러 예언자를 통해 당신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의 외아들을 이 땅에 보내주셨습니다. 구약과 신약의 이 모든 사건과 계시는 모두 인간에게 은총을 베푸시고 구원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언제나 인간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께 향하도록 도와주는 힘이고, 인간이 올바로 살기 위한 하느님의 도움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인간 구원은 인간 스스로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리스도교는 불교처럼 자력갱생의 종교가 아니라, 철저하게 하느님의 은총을 통한 구원입니다. 착하게만 살면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믿음,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믿고 의지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은총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인간은 자신 안에 있는 죄의 근본적인 속성을 세례를 통해서 벗어나고, 그리고 예수를 유일하신 그리스도, 메시아, 구세주라고 믿고 또 그분의 가르침대로 산다면 은총과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 이르는 길이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길입니다.

 

 

은총 자체이신 분과 은총이 가득하신 분 

 

은총에 대한 모든 답은 두 사람에게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바로 예수님과 성모님입니다. 

 

예수님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표현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고, 이 세상은 말씀을 통해 시작했으며, 지금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인간을 살리는 힘이고, 하느님의 뜻과 의지, 구원 은총 자체입니다. 하느님의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해 실현되고,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은총 자체입니다.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은총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고, 그리스도를 만난다는 것은 은총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은총 자체입니다. 

 

그리고 성모님은 은총의 여인이십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이라고 우리가 매일 기도하는 것처럼 성모님은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분입니다. 성모님이 은총을 가득하게 받으신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예수님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그 의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머리로 모든 것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성모님은 “예!”(Fiat)라고 대답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의 기본자세가 신앙과 순종, 즉 ‘신앙적 순종’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성모님이 하느님을 열심히 믿고 따랐지만, 결국 하느님은 사랑하는 외아들이 비참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죽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느님을 믿고 따랐습니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은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예수님과 성모님이 정답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께 순종하셨습니다. 성모님 역시 그러하셨으며, 예수님 곁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게 머물러 계셨으며, 언제나 예수님 말씀대로 사셨습니다. 그랬기에 성모님은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 되었고, 모든 믿는 이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은총이란 무엇인가? 신앙을 통해 알아볼 수 있고,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은총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것이 신앙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구원이란 은총의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4년 7월호,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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