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피정은 무엇인가요?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가운데 8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다녀오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여름이 되면 많은 분들이 휴가 계획을 세우며 더위를 피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혹시 편안히 쉬려고 떠났던 휴가에서 오히려 더 피곤함만 안은 채 일상으로 돌아온 경험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분주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작은 쉼표가 필요합니다. 기계조차도 오랜 가동 후에는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듯,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인간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예수님의 말씀처럼 외딴곳으로 가서 쉬는 방법으로, 가톨릭교회 안에는 ‘피정’이 있습니다. 피정은 ‘피세정념(避世靜念)’ 또는 ‘피속추정(避俗追靜)’의 준말로, 신자들이 영성 생활에서 중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하여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과 성찰, 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쉬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매년 의무적으로 피정을 해야 합니다.(교회법 제276조, 제663조 참조) 일상을 벗어나 외딴곳에서 쉬어가며 주님과 함께하는 피정의 시간이 꼭 필요한데, 이는 사실 하느님 백성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언제나 기도하셨습니다.(마태 26,36-46; 마르 1,35; 루카 6,12 참조)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헤아리셨고, 그 뜻을 실천할 힘과 용기를 청하셨습니다. 피정은 내면의 결핍을 채워주실 수 있는 하느님 안에 깊이 머무는 시간이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됩니다. 8월의 첫날을 축일로 지내는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은 주님과의 만남을 바라는 이들에게 다음의 말을 남겼습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Intrate Toti), 홀로 머물러라(Manete Soli),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라.(Exite Alii)” 진정한 쉼을 원하신다면, 영혼의 힘을 되찾고 회복할 수 있는 ‘피정’을 해보시길 초대합니다. 내 앞에 놓인 많은 일과 고민에만 매이지 않고, 참된 휴식을 건네시는 주님 안에 온전히 머물러 다시금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으시길 기도드립니다. [2025년 8월 24일(다해) 연중 제21주일 서울주보 6면, 최연준 사도요한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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