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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 여인은 누구실까?: 묵시록의 여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9-04 조회수55 추천수0

[“저 여인은 누구실까?”] 묵시록의 여인

 

 

“먼동이 트이듯 나타나고,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며, 진을 친 군대처럼 두려운 저 여인은 누구실까?” 레지오 단원들에게 참으로 친숙한 까떼나의 첫 구절입니다. 이 기도문은 특별히 요한 묵시록 12장을 진지하게 묵상하고 성찰하고 있습니다. 

 

묵시록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묵시 12,1) 이 여인은 누구일까요?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묵시 12,2)고, “아들을 낳았”으며, “그 사내아이는 …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분”(묵시 12,5)이었습니다. 메시아의 어머니인 겁니다. 

 

뒤이어 여인에게 맞서는 자가 곧바로 등장합니다. 그는 “크고 붉은 용”(묵시 12,3),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묵시 12,9)입니다. 창세기 3장, 하와를 유혹하여 죄짓게 한 바로 그 뱀을 말하는 겁니다. 주 하느님께서 유혹자 뱀에게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 그대로 여인에게서 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파스카 신비를 통해 악을 이겨내시며 인류의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묵시록은 구원 사건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여인과 용의 투쟁을 이야기합니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묵시 12,4) 얼마나 무서운 장면입니까? 아이를 삼키려는 그 증오심, 악은 증오 자체입니다. 여인은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용은 그를 삼키지 못했고, 여인의 아들은 하느님 어좌로 들어 올려졌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입니다. 

 

이윽고 하늘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주님의 천사들이 용에 맞서 싸웠고, 용과 그의 부하들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하늘에는 찬가가 울려 퍼집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을 고발하던 자, 하느님 앞에서 밤낮으로 그들을 고발하던 그자가 내쫓겼다.”(묵시 12,10)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으로 악은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그렇다고 악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땅으로 떨어진 겁니다. “용은 자기가 땅으로 떨어진 것을 알고, 그 사내아이를 낳은 여인을 쫓아갔습니다.”(묵시 12,3) 여인은 그 뱀을 피해 광야로 날아가 하느님의 보호하심에 의지합니다. 뱀은 여인을 휩쓸어 버리려 했지만 여인은 하느님의 능력에 힘입어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묵시록의 여인은 메시아의 어머니 또는 교회를 말해

 

영적 투쟁입니다. 주님을 굳게 믿으며 광야를 순례하는 여인은 ‘교회’의 표상입니다. 교회는 환난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을 믿고 바라며 악을 이겨내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순례하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묵시록의 여인은 메시아의 어머니를 말하기도 하고 교회를 말하기도 합니다.

 

요한 복음서를 읽으면 예수님께서 당신 어머니를 “여인”이라고 부르시는 장면이 두 번 나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하셨습니다. 어머니를 “여인”이라 하신 까닭은 무엇일까요? 호세아 예언자 이래 성경은 계약의 신비를 혼인 관계로 여겼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신부처럼 받아들이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여인’으로 여겨졌고, 하느님과 맺은 계약은 혼인 계약처럼 간주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어머니 마리아를 ‘여인’이라 하신 것은 당신 어머니를 새 계약에 충실히 응답하는 새로운 이스라엘의 대표자로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시나이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께서 이르신 모든 것을 우리가 실천하겠습니다.”(탈출 19,8; 24,3.7)하고 세 번씩이나 답변하며 결의해야 했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마리아 역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하고 권고하며, 모든 이가 하느님 아드님께 전적인 순종을 드리도록 했습니다. 마리아는 새로운 계약에 사랑으로 응답한 여인, 하느님께 충실한 거룩한 백성으로 등장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어머니 마리아를 바라보며 ‘여인’이라 하신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새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 마리아는 하느님께 믿음과 사랑을 드리고 당신 아드님과 마음으로 일치하여 사랑의 새 계약을 받아들였습니다. 마리아는 계약의 여인입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악의 위협과 죄를 이겨내도록 우리를 돌보아 주셔

 

십자가 곁에 묵묵히 서 있던 마리아는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교회 공동체에 영적인 모성을 전할 새로운 사명을 받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이, 은총이 가득한 이, 믿음과 사랑의 응답으로 하느님과 일치하는 이는 하느님에게서 받는 생명과 사랑을 자기 것으로 삼지 않습니다. 여인 마리아는 하느님의 생명을 이웃과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받으며 우리 모두를 위한 영적인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태양을 입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사랑으로 일치하기에 하느님의 영광을 옷처럼 입은 겁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발밑에 달을 두고” 있습니다. 시간을 측정하는 빛 물체인 달 위에 서서 온 세상이 하느님의 다스림을 받아들이도록 북돋우시는 겁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쓰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와 새로운 이스라엘인 교회를 대표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우리 또한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에 의지하여 악의 위협과 죄를 이겨내도록 우리를 돌보아 줍니다. 까떼나는 “진을 친 군대처럼 두려운 저 여인은 누구실까?”하고 기도하며 이 모습을 그려냅니다. 악은 교회를 끊임없이 위협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만 믿고 살면 하와처럼 금방 유혹에 빠질 뿐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마리아를 바라보고 어머니와 함께 하느님께 의탁한다면, 악의 속임수와 위협을 모두 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사야서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선포합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신랑이 관을 쓰듯 신부가 패물로 단장하듯 그분께서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히시고 의로움의 겉옷을 둘러 주셨기 때문이다.”(이사 61,10)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주님을 믿고 바랄 때 우리도 같은 영적 선물을 받을 것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8월호, 노우재 미카엘 신부(부산교구 서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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