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 낙태, 건강보험 그리고 자기 결정권 최근 12명의 국회의원이 모자보건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이는 ‘인공 임신 중절’에서 ‘인공 임신 중지’로 용어 변경, 약물 낙태 허용, 모든 낙태에 대한 보험 급여 실시, 배우자 동의 조항 삭제, 그리고 ‘사회 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 허용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이러한 법안이 현실화되면 낙태가 언제든 가능해지고, 국가는 이를 공식적으로 용인하고 지원하게 됩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정말 생명을 지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법안이라 할 수 있습니까? 건강보험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입니다. 그러나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적극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로 본질적으로 생명을 보존하려는 보험제도의 목적과 상충됩니다. 만약 낙태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는 국가가 태아의 죽음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을 낙태 사유로 인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오히려 미혼모 지원, 보육 인프라 확충, 양육비 보장 등의 법안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경제적 어려움을 낙태의 조건으로 규정한다면 이는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낙태를 위한 약품의 경우 안전성과 부작용의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산부인과 의사회는 개정 법률안 반대 성명을 통해,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 등은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으며,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과 감독 아래 사용되어야 한다.”며 “해당 약물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은 윤리적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떤 분들은 다음의 질문을 하실 것입니다. 왜 교회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가? 배아는 그저 세포일 뿐 아닌가? 이에 대해 저는 간곡한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자기 결정권이란 개인의 뜻, 가치관,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어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만약 낙태가 합법하다는 이유로 여성의 몸이 책임 없는 쾌락의 도구가 된다면, 남성이 책임지지 않아 홀로 생명을 죽이게 된다면, 약의 부작용을 끝내 여성 혼자 감내해야 한다면 그것이 정말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켜주는 일입니까? 오히려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여성의 삶을 더욱 자유롭게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배아는 세포가 아닌 생명입니다. 이미, 모든 유전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정 환경과 조건을 갖추면 독립적인 인간 개체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갓 태어난 아이와 동일한 조건입니다. 이렇듯, 모든 생명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아이와 노인의 생명이 경중 없이 존엄하듯, 배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 9월 7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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