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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위령 성월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인생은 때로 길 위의 여정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가톨릭교회도 전통적으로 인생을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의 여정이라 표현하는데, 그 여정에서 누구나 예외 없이 마주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죽음은 인간의 지상 순례의 끝이며, 지상 생활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실현하고 자신의 궁극적 운명을 결정하라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자비의 시간의 끝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13항) 그러나 죽음은 믿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며, 세상에서 깃들이던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됩니다. 또한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히브 9,27)이기에 죽음 이후 ‘환생’이란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셔서 영원히 사시는 것처럼 우리 모두도 마지막 날에 부활할 것”(《가톨릭교회 교리서》 1016항)을 고백하는 교회는 특별히 11월을 위령 성월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면서 내가 아는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의 영혼만이 아니라 연옥에서 단련받는 영혼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기를 권고합니다.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생명의 주인이시며 시작도 끝도 없으신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삶’과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음으로 고백하기에 가능한 친교입니다. 한편 위령 성월은 전례력으로 마지막 시기에 자리합니다. 한 해가 12월로 끝나는 것과 달리 교회는 대림 시기로 새로운 해를 시작하기에 전례력으로 11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위령 성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한편, 우리 각자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묵상하고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고 말씀하십니다. 부활에 대한 확신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살아계신 그리스도 안에 깊이 뿌리내린 ‘희망과 용기’를 의미합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몸소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주셨고, 온갖 유혹과 두려움, 그리고 진리가 아닌 거짓들이 다가오더라도 현혹되지 않도록 이끌어주십니다. 실패로 보이는 듯한 그 너머에 희망이 있으니, 용기를 내어 당신과 함께 나아가자고 초대하십니다. 그러니 주님과 함께하는 가운데 ‘희망의 순례자들’로서 기쁨과 사랑을 나누며 실천하는 은총 가득한 위령 성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5년 11월 16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4면, 최연준 사도요한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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