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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읽는 단편 교리] 십자 성호 가톨릭신자는 기도의 시작과 끝에 성호를 긋습니다. 십자 성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그 결과인 구원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는 동작입니다. 또한 성부와 성자와 성령, 곧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그리스도를 닮은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도 표현합니다. 따라서 십자 성호를 그으며 바치는 성호경은 기도의 시작과 끝에 하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기도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긋는 십자 성호, 곧 ‘큰 십자 성호’는 5세기경에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넘어가는 그리스식 십자 성호였는데, 13세기부터 서방 전례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라틴식 십자 성호가 전파되었습니다. 십자를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라고 성삼위의 호칭을 부르는 건 중세 초기에 시작되어 전례, 개인기도, 일상생활에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성삼위를 부르는 기도는 초기 교회에서 세례 때 사용하던 신앙고백문에 근거합니다. 오늘날 기도나 전례를 시작할 때 성호경을 바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1코린 10,31);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콜로 3,17)”. 또한 성호경은 미사 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미사는 인간 구원을 이룬 십자가 제사의 재현이므로, 신자들은 이 제사의 시작에 성호경을 바치면서 합당한 마음 자세를 갖추게 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 받은 신자들은 세례 때 고백한 신앙을 새롭게 하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도움으로 ‘신앙의 신비’인 미사를 봉헌하게 됩니다. 미사 끝에는 성삼위의 이름으로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사제의 강복을 받습니다. ‘작은 십자 성호’도 있습니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십자표를 그으며 축복하는 동작입니다. 이는 이미 2세기경 시작되었는데, 입교 예식에서 주례자는 예비신자의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하였습니다. 4~5세기경부터는 사제가 사람이나 사물에 십자를 그어 축복하는 관습이 생겨났습니다. 12세기에는 복음을 읽는 부제(또는 사제)가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를 긋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미사에 참석한 모든 이가 함께 긋게 되었습니다. 이는 복음 말씀을 믿어 기억하고(이마), 말씀으로 고백하고 선포하며(입),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겠다(가슴)는 의미입니다. 우리 모두 기도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십자 성호를 ‘자주, 분명하게’ 그으면서 가톨릭신자임을 드러내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025년 12월 14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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