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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읽는 단편 교리] 동방박사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Epiphania)은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드러나심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함으로써 주님께서 세상에 드러나신 사건을 가리킵니다. 오늘 복음에 소개되는 “박사”는 그리스어로 [마고스](μάγος)라고 하는데, ‘현자’ 또는 ‘꿈의 해석자’를 뜻합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마고스’가 기원전 6세기경 메데인들 중에서 꿈을 해석하는 능력을 지닌 사제 계급이었고, 기원전 450년경 페르시아에 정복된 뒤로는 그들이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들이 되었다고 전합니다. 이후, ‘마고스’는 점술이나 마술에 능숙한 사람들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사도 8,9-24에는 사마리아인들을 현혹한 시몬이라는 마술사가 나오고, 13,6-11에는 엘리마스라는 마술사가 등장합니다. 한편, 마태오 복음에서는 동방에서 별을 보고 유다인의 임금께 경배하러 온 박사들이 등장합니다. 같은 단어지만, 사도행전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데 반해, 마태오 복음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은 구약의 모세를 떠올리게 하는데, 동방박사 이야기도 모세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민수 22-24장에 나오는 발라암(Balaam)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약속의 땅으로 가던 중, 그들을 두려워한 모압의 왕 발락(Balak)을 마주하게 됩니다. 발락은 모세와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동쪽 산골에서 발라암을 데려옵니다(22,7). 그런데 발라암은 모세를 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호의적인 예견을 합니다: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24,17). 이는 다윗왕의 등장으로 간주되었는데, 후기 유다이즘에서는 다윗의 후손인 메시아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동방박사들의 신분이나 숫자,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전승에서 그들은 왕으로 소개됩니다. 오늘 미사의 화답송도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이 예물을 가져오고,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게 하소서. 모든 임금들이 그에게 경배하고, 모든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하소서”(시편 72,10)라는 구절을 노래합니다. 또한 복음에는 동방박사가 세 명이었다는 언급이 없습니다. 다만, 오리게네스는 아기 예수님께 드린 예물이 황금과 유향과 몰약, 세 개였다는 점을 들어 이들이 세 명이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8세기에는 그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발타사르(Baltasar), 멜키오르(Melchior), 가스파르(Gaspar)입니다. 한편, 시리아 전승에서는 라르반다드(Larvandad), 하르미스다스(Harmisdas), 구쉬나사프(Gushnasaph)로 나오기도 합니다. 동방박사 이야기는 하느님 나라가 유다인뿐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전해진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알리면서 앞으로 펼쳐질 예수님의 생애와 사명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열어줍니다. [2026년 1월 4일(가해) 주님 공현 대축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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