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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언어] Potus non frangit ieiunium.(포투스 논 프란짓 이에이우니움, 라틴어) : 음료는 단식을 깨지 않는다. 12세기 유럽의 수도원에서는 ‘사순 시기에 맥주를 마셔도 되는가?’라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사순 시기에 수도자들은 하루 한 끼 식사만 하면서 육체 노동을 했고, 영양 보충을 위해 맥주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수도원의 맥주는 알코올 함량이 적어 술이라기보다 고칼로리의 영양음료에 가까웠고, 실제로 ‘액체 빵’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교회법 학자들의 결론은 “단식은 음식(cibus, 치부스)에 관한 것으로 음료는 단식을 깨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포투스는 ‘음료, 마실 것’, 논 프란짓은 ‘어기는 것이 아니다.’, 이에이우니움은 ‘단식을’이라는 뜻입니다. 16~17세기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는데 ‘액체 상태의 초콜릿을 마시는 것이 금식을 깨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위의 원칙을 근거로 ‘마시는 초콜릿은 금식을 깨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덕분에 일부 신자들은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은 초콜릿을 즐기면서도 법적으로는 금식을 지켰다고 만족해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전보다 느슨해진 단식 규정 덕분에 배불리 먹고 마시면서도 법적인 형식은 어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만족하기보다 ‘나의 즐거움’을 자발적으로 절제하여 ‘나를 비워 남을 채우는’ 자선을 실천해 봅시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하느님께 참된 희생을 바치는 사순 시기의 단식일 것입니다. [2026년 3월 15일(가해) 사순 제4주일 가톨릭부산 5면, 최치원 안드레아 신부(성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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