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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243: 주님의 기도 (4) (2816~2821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7 조회수119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43. 주님의 기도 ④ (「가톨릭교회 교리서」 2816~2821항)


하느님 사랑 깨달으면 하늘나라를 살게 된다

 

 

- 페데리코 데 마드라소 이 쿤츠 ‘빈 무덤 앞의 거룩한 여인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자기 욕망을 버리고 하늘나라의 새 빛을 볼 수 있기를 청해야 한다.

 

 

류시화 작가의 ‘어두울 때 비로소 눈은 보기 시작한다’라는 글에 코기족 원주민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메리카 코기족 인디오들은 안데스산맥 북쪽 끝 해발 5900m의 높은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코기족 원시종교의 사제 ‘마마’는 신점을 쳐서 장차 사제가 될 운명을 지닌 아이를 선택합니다. 선택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산 위쪽의 동굴로 옮겨집니다. 아이는 일절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해와 달조차 볼 수 없습니다. 사제들은 세상을 창조한 위대한 어머니인 알루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화와 종교의식을 아이에게 가르칩니다.

 

마침내 18년의 혹독한 수련이 끝나는 날, 아이는 사제의 손에 이끌려 시에라 산맥의 새벽빛 아래로 나옵니다. 그때의 충격! 놀라움과 경이로움! 수다스러운 초록색 나뭇잎들, 바위에서 자라는 이끼, 골짜기를 나는 새, 최초로 살에 와 닿는 햇빛, 온갖 종류의 나무와 꽃들! 아이는 경외감에 압도되어 무릎을 꿇고 위대한 어머니 알루나에게 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불안합니다. 그 불안을 가라앉혀 줄 존재는 창조자뿐입니다. 창조자는 세상 안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창조자의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세상을 창조자가 아닌 자기 욕망을 채울 대상으로 보기에 눈이 멀었습니다. 반면 세상 욕망을 이긴 인간은 모든 것에서 창조자의 사랑을 보고 바로 이곳이 천국임을 믿게 됩니다. 이를 위해 오랜 싸움이 필요합니다. “성령 강림 이후로 ‘육’과 성령 사이의 결정적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2819)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 14,17)라고 말합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을 받으면 이 세상 것들은 하느님의 선물일 뿐 더는 집착의 대상이 아니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과 세상을 이기려는 사람만이 성령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오직 마음이 깨끗한 사람만이 ‘그 나라가 오소서’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죄가 여러분의 죽을 몸을 지배하여 여러분이 그 욕망에 순종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로마 6,12)라고 권고합니다.

 

저는 어릴 적 어머니가 저를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해서 참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리가 어디인지 찾으러 나가려는 마음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습니다. 이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모든 에너지를 어머니가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지 살펴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어머니의 거친 손과 발, 일하며 생긴 굳은살을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불안하게 느껴졌던 집이 다시 천국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며, 성체와 성혈을 영하며 가져야 하는 느낌입니다. 지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 나의 아버지 집에 머무는 것임을 아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그러면 성령께서는 새로운 눈을 열어 모든 것 안에서 주님을 볼 수 있게 해주십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그분의 무덤에 머물렀습니다. 그리스도 외에는 마음의 평화가 없을 때 그분은 “마리아야!”라는 이름을 불러 그녀를 무덤이 아닌 동산으로 불러내십니다. 우리도 자기 욕망을 버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묻혀 하늘나라의 새 빛을 볼 수 있도록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청합시다.

 

[가톨릭신문, 2023년 11월 26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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