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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 안 상징 읽기: 교황 관련 색상들의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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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03 조회수187 추천수0

[교회 안 상징 읽기] 교황 관련 색상들의 상징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흰색 모피를 덧댄 붉은색 어깨옷(일종의 망토, 이후 ‘카파’로 표기함)을 입기를 마다했다. 교황은 역대 교황들이 관행처럼 입은 그 옷차림 대신에 흰색 성직자복(수단) 차림으로 교황으로서 첫 모습을 군중 앞에 드러냈다. 그리고 이를 본 사람들은 새 교황을 옹호하려는 마음에서 이것이 새 교황의 개인적인 의사일 뿐이며, 따라서 공연히 입방아를 찧을 일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여러 세기 전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붉은색 카파(cappa)가 지닌 상징성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붉은색 카파와 흰색 수단에는 모두 교황과 교황직에 대한 이해와 그 기능과 관련해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붉은색 카파와 흰색 수단의 의미

 

성 베드로 다미아노는 일찍이 11세기에 새로 교황에 선출된 이가 그에 걸맞게 고유한 복장으로 입는 붉은색 카파에 대한 글을 썼다. 그 옷은 세속에 대해 영적 영역이 가지는 우위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성 그레고리오 7세 교황(1073-1085년 재위)의 엄중한 표명대로 “오직 교황만이 왕으로서 품위(권위)와 순교의 표지로서 붉은색 카파를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붉은색 카파는 교황이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게서 받은 표장의 일부로서 어깨에 걸치는 망토의 일종인 클라미데 푸르푸레아(clamide purpurea, ‘붉은색 외투’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그런 점에서 이는 교황이 자신의 관할지(교황령)에 대해 가지는 현세적, 영적 권위를 의미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세 시대에는 교황이 붉은색 카파를 착용하는 것은 교황의 직무를 의미했다. 새로 선출된 교황이 황제의 색인 붉은색으로 된 카파를 입는다는 것은 교황의 두 가지 정체성, 곧 사제로서 으뜸 사제 그리고 주교로서 최고 주교를 나타내는 표지였다. 대립 교황 교회사에서 교황이 동시대에 2명 또는 그 이상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적법한 절차 없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대립 교황’이라 한다.

 

빅토리오 4세가 1159년에 있었던 교황선거 때 알렉산데르 3세 교황으로부터 붉은색 카파를, 곧 교황직을 빼앗으려고 시도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새로 선출된 교황이 붉은색 카파를 입는 것은 따라도 되고 따르지 않아도 되는 선택적 관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교황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서 완전한 권위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행위였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붉은색 카파를 입기를 마다한 것은 사실상 영적 직무에 따르는 세속적 권위를 거부한 것이며, 나아가 교황직에 수반하는 제국적 또는 왕권적 성격도 거부한 것이다. “카니발은 끝났습니다.”라는 교황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했다.

 

전통적으로 교황이 착용해온 붉은색 카파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기를 마다한 것을 옹호하려는 뜻에서 몇몇 사람은 이러한 일탈이 성 비오 5세 교황(1566-1572년 재임) 때도 있었다는 말을 했다. 이를테면 도미니코 수도회 수도사였던 비오 5세 교황은 도미니코회의 수도복과 같은 색인 흰색 복장을 착용하기로 했고, 여기서 교황이 흰색 수단을 입는 관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오 5세 교황이 독자적인 결정으로 흰색 옷을 입기로 했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슷한 결정을 내린 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흰색 옷에 대한 비오 5세 교황 관련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 비오 5세 교황 이전에도 교황은 흰색과 붉은색 옷을 입었다. 교황의 흰색 옷 착용에 대한 첫 공식 기록은 비오 5세 교황보다 3세기나 앞서는 그레고리오 10세 교황(1272-1276년 재임) 때의 전례서에 이미 나와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붉은색 카파와 흰색 수단은 교회에 대한 교황의 보편적 권위와 교황 관할지에 대한 현세적 권위를 나타낸다. 이 두 색은 또한 ‘순교와 신성(神性)의 상징’으로서 그리스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흰색 교황 복장에 대한 또 다른 공식적인 기술은 귀욤 뒤랑(Guillaume Durand)이 1286년에 쓴 전례 규정서(Rationale Divinorum Officiorum)에서 볼 수 있다. 13세기 도미니코회의 수도사였던 그는 교황 복장의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황은 항상 겉에 붉은색 망토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서지만 그 안에는 흰색 옷(장백의)을 입는다. 흰색은 순결(또는 무구함)을 상징하고 붉은색은 사랑과 자비를 상징하니, 이는 말하자면 교황은 참으로 우리를 위해 ‘당신의 옷을 붉게 물들이신 분’의 대리자이기 때문에 언제든 자기 양 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태세가 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기록은 1484-1492년의 전례서에서 교황은 전례를 거행하지 않을 때도 늘 흰색 옷이나 붉은색 옷을 입었다고 강조한 파트리치오 피콜로미니(Patrizio Piccolomini)에 의해 재확인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교황의 붉은색 구두 이야기도 있으나, 이 구두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지 않았다.

 

비오 5세 교황보다 1세기 앞선 1458년에 교황에 선출된 비오 2세 또한 “그때까지 입고 있던 옷들을 벗고 ‘그리스도의 흰색 튜닉’을 입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까 교황이 흰색 옷을 입는 관행은 1566년에 비오 5세가 선출되기 훨씬 전부터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와는 다르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의미 있는 변혁을 가져온 것이다.

 

교황이 붉은색 카파를 입는 것은 보편 교회에 대한 교황의 영적, 현세적 권위를 상징하는 중요한 표지다. 그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상징성 있는 카파를 입지 않은 것은 교황의 역할 중 일부를 상징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 의미를 옳게 이해한 한 언론인은 이런 말을 했다. “교황이자 왕으로 존재하는 시대, 그리고 바티칸 궁정의 시대는 끝났다.”

 

“카니발은 끝났습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대꾸였다.

 

 

교황청 깃발 색상의 변화

 

교황과 관련된 색상을 이야기하는 김에 교황청기의 색이 바뀌게 된 곡절도 짚어 보려 한다.

 

독립국가로서 교황청기의 바탕색은 본래 붉은색과 노란색이었으나 현재는 노란색과 흰색이다. 이 색상의 변화에는 교황권에 대한 충성심을 상징하는 사연이 담겨 있다.

 

나폴레옹이 교황령을 침공하기 전까지 교황청기의 바탕색은 붉은색과 노란색이었고, 때로는 거기에 교황 삼중관과 열쇠 그림이 곁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나폴레옹 시대에 교황청은 프랑스에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797년에는 비오 6세 교황이 프랑스 군대에 잡혀 프랑스로 끌려갔다. 그 뒤 비오 7세 교황이 나폴레옹과 화해했고, 1801년에 프랑스 정부와 정교협약(政敎協約, concordat)을 맺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계속 교황의 영적, 현세적 권위를 제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1808년 2월에는 나폴레옹이 장수와 군인을 보내 로마를 점령하게 했다. 그리고 프랑스 군대의 장수는 교황청 군대를 자기 휘하로 통합하려고 했다.

 

비오 7세 교황은 이 조치에 완강하게 저항했다. 1808년 3월13일 교황은 여전히 자신에게 충성하는 교황청 군인들에게 이미 프랑스 군대 휘하로 가버린 군인들이 사용하는 깃발(붉은색과 노란색 바탕)과 혼동되지 않도록 다른 색의 깃발(노란색과 흰색 바탕)을 사용하게 했다. 그리고 사흘 뒤에는 이 내용이 담긴 문서를 바티칸 주재 외교 사절들에게 발송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8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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