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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노동자의 경영 참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09 조회수1,912 추천수0

[사회교리 아카데미] 노동자의 경영 참여

“노동자는 노동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노동자들이 기업의 경영에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와 단체행동마저도 경영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노동자의 처지와는 반대로 현행 근로기준법이 해고의 요건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적 기준으로 판단하여 큰 부담 없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경영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정리해고를 손쉽게 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사업장 문제와 경영에 대한 의사 결정에는 참여하지도 못하면서 책임은 뒤집어써야 하는 처지다.

우리의 이런 현실과는 반대로 가톨릭교회는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사회교리는 자본에 대해서 인간의 노동이 우위에 있다고 일관되게 가르치고 있다. 태초에 인간의 노동이 있었고, 자본은 그 후에 생겨난 것이다. 우리가 자본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노동이 역사를 통해 쌓이고 쌓여 축적된 것이다. 이런 뜻에서 노동하는 인간은 노동의 결과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 노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노동자가 자기 노동의 결과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은 노동자가 이윤에 대해 정당하게 몫을 나누어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정의로운 임금에 대해서는 <가톨릭신문> 2월 15일자 참조) 노동자는 노동의 결과 뿐 아니라 노동의 과정 자체에도 참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노동의 조건이 어떠해야 하는지, 또는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일해야 하는지 등 노동의 과정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부분에도 참여해야 한다. (<노동하는 인간> 14항, 그리고 <팔십주년> 47항 참조)

실제로 많은 나라들은 자본(경영)과 노동이 사업장 안에서의 문제에 대해 함께 책임지고 결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공동결정제도라고 하는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그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특히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주식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해야 하고, 작업장의 경영 문제에 대해서는 감독위원회에 노사 동수로 참여하며, 작업장 안에서는 노동자평의회를 통해 노동과정, 즉 노동강도, 노동조건, 노동시간 등을 함께 결정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1990년대 초반 폴크스바겐 자동차 회사에서는 경영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서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정리해고 없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공동결정제도는 노동과정을 결정하는데 있어 노동자들이 참여함으로써 노동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과 자본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유익한 제도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유럽의 공동결정제도는 사회교리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통해서 실현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1976년에 독일 기업가들이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강제한 공동결정법이 위헌이라며 제소했다. 그러나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기업의 소유권과 공동결정권은 상호배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소유권은 자본주에게 속하지만 경영에 관한 내용은 사회적 차원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결정권이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 이동화 신부는 1998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2010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교구에서 직장노동사목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5년 3월 8일,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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