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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41: 평화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5 조회수1,821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41) 평화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

총성만 멈추면 평화로운 세상인가?



1996년 부제 시절 난생처음으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비행기를 처음으로 타는 것도 설레었지만 첫 해외여행을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활동하신 이스라엘로 간다는 기쁨에 나나 동료 부제들은 많은 기대를 했다. 동료 부제들과 9일기도도 바치고, 성지에 대해 미리 공부하며 순례를 준비했었는데 막상 도착한 성지에서의 여정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빡빡한 일정 탓에 한곳에 머물러 오래 기도도 못 하고 관광객처럼 기념 사진을 찍고 이동하기 바빴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갈 때는 보안 검색과 여권 심사가 엄격했다. 여행 가방을 일일이 열어 검색할 때에는 성지 순례객이 아닌 짜증 난 관광객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완전히 무장한 이스라엘 국경수비대의 모습에 약간은 주눅이 들어 꼭 이래야만 하는지 애꿎은 가이드에게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들어선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 그러나 그곳 역시 이스라엘 군인들이 관광객들과 일반 주민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지금은 이스라엘 군인이지만 그 이전 시대에는 아랍 병사였을 것이고 예수님 시대에는 로마 병사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이들이 거룩한 도성으로 신성하게 생각하는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성으로 기도하는 장소가 되어야 했지만 아직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한 가운데에 있다. 그리고 진정한 평화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했다.


진정한 평화의 의미

평화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하루라도 멈춘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현실은 평화와 요원해 보인다. 인류는 참혹한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경험했고 수 없는 국지전을 통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여러 나라의 내전은 인류의 삶에서 평화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인류의 공통 관심사 중의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세상의 참된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볼 때, 평화는 평온하고 화목한 상태를 의미하거나 전쟁이나 분쟁 등이 없이 평온한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사전적 해석은 평화가 내포하는 진정한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것 같다. 국가 간의 전쟁이나 개인 간의 분쟁이 해소됐다고 완전히 평화스러운 상태가 됐다고 말할 수 없기에 평화가 내포하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쟁이 멈춘 상태만을 평화로 볼 것이 아니라 이러한 평화가 지니고 있는 생명력과 충만함을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용서와 화해로 평화를 이뤄야

성경에서는 평화에 대하여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성경의 계시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훨씬 넘어서서, 생명의 충만함을 나타낸다(말라 2,5 참조). 평화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의 하나이며, 하느님의 계획에 대한 순종을 내포한다. 평화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는 축복의 결과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89항).

구약 성경을 보면 역사서 안에서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 간에 일어난 여러 전쟁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경험된 구원의 역사 안에서 이웃 민족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경험했고 그 안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다. 그들은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과 탈출, 그리고 새롭게 정착한 가나안 땅에 그들만의 국가를 건설했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외세의 침입과 지배 아래서 고통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든 민족이 전쟁과 고통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희망했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의 중심에는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새로운 메시아가 있었다(이사 9,5 참조).

구약 성경의 평화에 대한 갈망과 약속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됐다. 예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평화를 선물하시는 분이시며, 평화 그 자체이시다. 예수께서는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증오의 벽을 허무셨고, 그들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다(에페 2,14-16 참조). 예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는 평화는 그 전제 조건으로 하느님 아버지와 화해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하느님 아버지와의 화해는 곧 자기 형제자매들과 화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간추린 사회교리」 492항 참조). 예수께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계신 것이다.

[평화신문, 2014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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