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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19: 생명의 지성소인 가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07 조회수1,843 추천수0

[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 (19) 생명의 지성소인 가정

가정에 사랑이 넘쳐야 사회가 행복하다



중년 아저씨들의 변화된 모습 중 하나는 드라마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에 집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나 역시 이제 어엿한 중년 아저씨가 다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속 가정은 우리 모습인가

사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제공됐다고 말하지만, 실상 볼만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방송의 공영성보다는 오락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질적인 것보다는 양적인 것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방송채널이 증설됐지만, 새로이 출발한 대부분의 종합편성 채널들은 선정성, 엽기성, 폭력성을 무기로 시청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 내용은 자극적이고 극적인 긴장감을 주기 위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보통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꿈꿔 볼 수도 없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화려한 저택과 고급 승용차, 그리고 최상류층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은 대부분 ‘회장’이나 ‘본부장’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시청자들은 이러한 드라마 속 상류층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다수 드라마의 주요 내용은 금전적인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과 상대방을 속이고 속는 암투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항상 마음도 착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못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주인공은 끝내 성공을 이루며, 마지막에 돈과 명예와 사랑을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곤 한다.

한편 막장 드라마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내용이 있으니 드라마 속 주인공은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성공에 집착하는 악역 여주인공은 원치 않는 혼외 임신 사실을 숨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성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기도 하며, 낙태를 감행하기도 한다.

모든 드라마가 이처럼 극단적 내용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시청자들은 그 내용이 더 자극적일수록,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사를 다루면 다룰수록 드라마에 더 빠져들곤 한다. 가정의 파괴가 가족 드라마라는 핑계로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일반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 보이는 무너져 가는 가정 공동체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가정과 동일시하고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만능주의 앞에 사라져 가는 것들

사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가정 공동체의 모습에서 큰 변화를 겪어 왔다. 6·25전쟁 전에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대가족 중심의 가정이었지만, 1970~80년대 산업화 이후 점차 핵가족 형태로 가정의 모습이 변화됐다. 심지어 21세기 한국 사회 안에서는 졸업과 취업, 그리고 안정된 직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으며,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고 있다. 홀로 살아가는 1인 가정 형태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늦은 나이의 결혼은 결국 출산 문제로도 이어져 고령의 출산에 따른 산모와 아이의 건강 문제가 발생했고, 더군다나 신생아 출생률이 세계 최하위를 자랑(?)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자녀를 낳지 않는 풍조가 결국 사회 전체의 구조를 흔드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가정은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다. 부부는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인 사랑을 통해 본성상 자녀를 낳아 기르며 그러한 자녀들의 모습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점차 혼인과 출산이라는 전통적이고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부부는 인격적인 사랑을 통해 한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내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부부 사랑은 본성상 생명을 받아들이도록 열려 있으며, 하느님에게서 오는 선함과 충만함을 선포하도록 부름 받은 인간은 출산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그 존엄성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또한, 이러한 출산은 가정의 사회적 주체성을 표현하며, 사회의 토대가 되는 세대 간 사랑과 연대의 역동성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출산을 통해 비롯된 아기의 생명은 생명을 부여해 준 사람들인 부모를 위한 선물이 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30항 참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돈이나 명예, 성공보다는 가정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막장 드라마 속에서 반복되는 생명의 가치를 헐뜯는 내용보다는 생명을 존중하고 가정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내용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러한 나의 소박한 바람이 시청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너무 무모한 요구일까?

[평화신문, 2014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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