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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불의한 결탁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14 조회수3,292 추천수2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불의한 결탁


그들의 검은 유혹, 당당히 거부하라

 

 

지난 2월 28일, 90일 동안 활동했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하 특검) 수사가 종료됐습니다. 국내 최대 재벌그룹의 총수와 대통령 사이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낸 것이 특검의 가장 커다란 성과일 것입니다.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불의한 결탁에 대다수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따로 뗄 수 없는 정치와 경제 두 영역에서 공동선을 이루어야 할 핵심 지도자들이 사익을 취하기 위해 은밀하게 거래를 하는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은 짓밟히고, 죄 없는 국민들의 억울한 희생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가 예수님을 죽이는가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루카 9,22) 물불 안 가리는 날강도나 사람 목숨을 업신여기는 살인자가 예수님을 배척하거나 죽이지 않습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이를 품어야 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을 배척하고 죽입니다.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칼 들지 않은 살인자와 같습니다.

 

손에 쥔 칼로 말미암아 칼 든 살인자는 찾기 쉽지만, 보이지 않는 칼을 품은 살인자는 쉬 드러나지 않습니다. 칼 든 살인자의 손에 쥐어진 칼보다 칼 들지 않은 살인자의 보이지 않는 칼이 훨씬 날카롭습니다. 칼 든 살인자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만, 칼 들지 않은 살인자는 법망을 교묘히 피할 수 있습니다. 칼 든 살인자는 몇몇 사람을 죽이지만, 칼 들지 않은 살인자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칼 들지 않은 살인자들이 더욱 잔인합니다. 이들이 공동체에 더 큰 해악을 끼칩니다. 공동체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부패에 맞서야 합니다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부패한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 헤로데와 빌라도로 통칭되는 정치권력과 결탁합니다. 그 결과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입니다.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 칼 들지 않는 살인자들의 편이 되기를 예수님은 단호하게 거부하셨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전 예수님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사는 모든 곳에 부패한 권력이 기승을 부리고 검은 유혹의 손길을 내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일반화되어 있는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심각한 결함 가운데 하나는 도덕 원칙과 사회 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정치적인 부패”(「간추린 사회 교리」 411항)이며, 부패의 대표적인 형태는 “뇌물, 횡령, 권력 남용, 관직 비호”(DOCAT, 194항) 등입니다. 이러한 “부패의 무도한 탐욕은 약자의 미래 계획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무참히 짓밟아 버립니다.”(「자비의 얼굴」 19항) 그러기에 부패를 저지르거나 그에 연루된 사람들은 칼 들지 않은 살인자와 같습니다. 이제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루카 9,23)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당당하게 부패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언젠가 부패에 가담하여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자비의 얼굴」 19항)

 

“지금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때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때인 것입니다! 악행에 맞설 때, 심지어 중대한 범죄에 맞설 때가 바로 재산을 박탈당하고 존엄과 감정이 짓밟히며 생명마저도 빼앗긴 무고한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때입니다.”(〃)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3월 12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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