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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주교회에서는 조상제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9-28 조회수6,832 추천수0

[교회상식 교리상식] (61) 천주교회에서는 조상제사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문화적 미신이나 우상숭배 아니라 문화적 미풍 양속으로 허용

 

 

우리나라에서 천주교는 조상께 제사를 드리지 않는 불효 집단이어서 박해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또 지금은 조상제사를 허락한다고 합니다. 어느 게 맞나요?

 

둘 다 맞는 얘기입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첫 순교자들인 윤지충과 권상연은 조상제사 문제가 직접 발단이 돼 순교한 이들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오늘날 조상제사를 조상에게 효성을 표하는 미풍양속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상제사 문제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조상제사 문제가 발단이 된 것은 16세기 말 중국에서였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여러 수도회들이 선교하고 있었는데 대표적 수도회로 예수회와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천주실의」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마테오 리치로 대표되는 예수회 회원들은 중국의 유교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천주교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예수회원들은 조상제사를 조상에게 효성을 바치는 미풍 양속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은 조상제사를 미신 행위로 보았습니다.

 

선교사들 간의 이런 견해 차이로 이른바 '제사 논쟁'이 시작됩니다. 약 100년 동안 계속되던 제사논쟁은 1715년 교황 클레멘스 11세의 교황령과 1742년 교황 베네딕토 14세의 교황령으로 일단락됩니다. 이 두 교황의 교황령들은 조상제사를 미신행위로 보고 엄하게 금했습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제례에 참례하거나 '신주'(神主) 또는 '신위'(神位)라는 글을 써붙인 위패를 집안에 두는 것도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에 절하는 것 역시 금지됐습니다.

 

교황청의 이런 가르침이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1790년 북경을 통해서였습니다. 유교 문화가 지배하고 있던 당시 조선 사회에서 제사를 엄격히 금한다는 천주교의 가르침은 이제 갓 천주교에 귀의한 신자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들이 천주교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때 전라도 진산(현재 충남 금산군)에 사는 윤지충(바오로, 1759~1791)이라는 열심한 신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조상제사를 금하는 교회 가르침을 받아들여 집에 모시고 있던 신주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1791년 5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는 외사촌 형 권상연(야고보, 1751~1791)과 상의해 전통 제례 대신에 천주교식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게 화근이 돼 이 두 사람은 전주 풍남문 밖(현재 전주 전동성당 자리)에서 참수당했습니다. 이들이 한국 천주교회 첫 순교자들입니다.

 

조상제사 금지에 관한 교황청 가르침이 바뀐 것은 20세기에 와서였습니다. 교황 비오 12세가 1939년 '중국 의식(儀式)에 관한 훈령'을 통해 조상제사에 대해 관용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200년 전과 달리 조상제사가 미신이나 우상숭배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 풍속이라고 전향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는 시신이나 무덤, 죽은 이의 사진(영정)이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서는 절을 하고 향을 피우고 음식을 차리는 행위 등은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축문을 읽거나 합문(闔門: 조상의 혼령이 음식을 드는 동안 병풍으로 가리거나 문을 닫는 행위)하는 것은 금했습니다. 또 위패에 '신위' 또는 '신주'라는 글씨도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참된 신은 하느님 한 분뿐이시기 때문입니다.

 

1995년에 발효된 한국 천주교회의 지역교회법인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에서는 제례와 관련해 이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사의 근본 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를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한다"(제134조 1항).

 

「사목지침서」에는 이런 조항도 있습니다. "설이나 한가위 등의 명절에는 본당 공동체가 미사 전이나 후에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조상에게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을 거행함이 바람직하다"(제135조 2항).

 

최근 들어 추석이나 설 명절에 합동 위령미사를 거행할 때 신자들이 모두 나와서 분향을 하도록 하는 본당들이 많습니다. 바로 이 교회법 규정을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상 제사를 드리더라도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위령기도를 바치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전통이어서 교회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톨릭적 차례 예식 시안들도 나와 있습니다. 차례를 지낼 때 이 시안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한가위 차례상 차리기와 차례 지내기

 

 

누렇게 익은 벼 사이로 가을 바람이 분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다. 우리 민족은 한 해의 수확에 감사드리고 선조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낸다. 가톨릭교회는 조상 제사를 우상숭배가 아닌 조상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전통으로 여기고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신자 가정을 위해 차례상 차리기와 차례예식을 소개한다. 다음은 주교회의 '조상 제사(차례)' 예식 시안.

 

 

몸과 마음은 깨끗하게

 

차례를 드리기 전에는 고해성사로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 이웃과 화해하고 가능하면 온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자선을 행한다. 차례 하루 전에는 목욕을 하고 당일에는 단정한 옷을 차려 입는다.

 

 

차례상은 이렇게

 

그림은 위패와 차례상. 위패는 연령회연합회에서 모델로 내놓은 것으로, 중앙에 이름과 세례명을 적어 넣으면 된다.

 

 

1. 차례 하루 전부터 집 안팎을 정돈하고 차례에 쓸 그릇을 깨끗이 닦아 놓는다.

 

2. 차례상은 집안의 관습에 따라 차린다. 그러나 향상에는 향로와 향합, 촛대 외에 중앙에 십자가를 모신다. 벽에 십자고상이 걸려 있는 방향으로 상을 놓으면 별도로 십자가를 모시지 않아도 된다. 음식을 올리기 전 병풍을 치고 상을 편 후 영정을 놓는다. 영정 대신 위패를 모셔도 좋다.

 

3. 첫줄은 숟가락을 놓는 대접과 잔, 받침대와 송편을 놓는다.

 

4. 둘째 줄은 어동육서(漁東肉西)다. 상 오른쪽(동쪽)에 어적(생선 구운 것)을, 가운데에는 소적(두부 구운 것)을, 왼쪽(서쪽)에는 육적(고기 구운 것)을 놓는다.

 

5. 셋째 줄은 3가지 종류(육탕, 소탕, 어탕)의 탕을 놓는다.

 

6. 넷째 줄에는 좌포우혜(左捕右醯)라 해서 왼쪽에는 포를,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는다.

 

7. 다섯째 줄에는 홍동백서(紅東白西)라 하여 붉은 과일은 오른쪽에, 흰색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차례상 앞에는 깨끗한 돗자리나 깔개를 편다.

 

※ 차례상에는 각 가정별로 고유의 차례 음식을 올릴 수 있으며,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이나 가족이 즐기는 음식을 올려도 무방하다.

 

 [평화신문, 2007년 9월 23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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