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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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루트가르디스(또는 루갈다)는 1182년 오늘날의 벨기에 플랑드르(Flandre) 지역에 속한 림뷔르흐(Limburg) 지방의 통에런에서 부유한 부모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 귀족 청년과 혼인하기로 했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지참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파혼을 당했다. 이에 성녀 루갈다는 인간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1194년 12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신트트뤼던(Sint-Truiden, 프랑스어로는 생트롱[Saint-Trond]) 근처에 있는 성녀 가타리나(Catharina)의 검은 베네딕토 수도회(Black Benedictine convent of St. Catherine)에 들어갔다. 수도 생활에 특별한 성소가 있지는 않았으나 지참금이 없다는 사실은 적당한 남편을 찾을 희망을 포기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은 옷과 천진난만한 즐거움을 좋아하던 아리따운 소녀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체험한 뒤 자기 삶의 행로를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는 그녀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시며 당신만을 사랑할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녀는 즉시 예수님을 자신의 신랑으로 맞이했고, 1200년에 첫 서원을 했다. 대부분의 다른 수녀들은 성녀 루갈다에게 생긴 갑작스러운 열정이 얼마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성녀 루갈다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현존은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에 기도를 시작하면 육신의 눈으로 보듯이 예수님을 보았다. 어떤 일이 맡겨지면 “주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일을 끝내자마자 다시 돌아올게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12년 동안 다수의 환시를 경험했고, 그 환시를 통해 주님과 성모님 그리고 다수의 성인을 뵙게 되었다. 공중부양을 하기도 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는 이마와 머리에서 피가 맺혀 흐르기도 했다. 성녀 루갈다는 1205년 다른 수녀들의 추천을 받아 수녀원장이 되었으나 수녀원의 규율이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해 1208년 수녀원을 떠나 더 엄격한 규칙을 지키는 곳을 찾았고, 결국 브뤼셀(Brussel) 근처 에비에르(Aywieres)에 있는 시토회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수도원을 선호했을 법도 한데 그녀는 자신의 고해 사제와 당시 성녀 가타리나 수도원 근처에 살고 있던 복녀 크리스티나(Christina, 7월 24일)의 권고를 받아들여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수도원에 들어갔다. 이는 훗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수도원에서 그녀가 프랑스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수녀원장직을 피하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그곳에서 오직 빵과 물로만 지내며 극기 생활을 하던 성녀 루갈다는 당시 기승을 부리던 알비파 이단에 대한 보속으로 7년 동안 3번이나 대재(大齋)를 지켰다. 또 그녀는 시토회 수도원에서 평생을 살며 영적 슬기로움으로 명성을 떨쳤다. 하느님께서는 그녀에게 치유와 예언의 은사를 주셨고 성경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넣어주셨다. 그래서 불완전한 프랑스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영적 지도에 있어서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성녀 루갈다는 특별히 기도에 열중했는데, 그녀의 기도는 신비롭게 이루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 가운데 한 예가 동정심이 없던 한 수도원 원장이 죽자 성녀 루갈다는 그가 천국에 들지 못할까 걱정하여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는데, 어느 날 그 수도원장이 나타나 그녀의 기도 덕분에 연옥의 고통을 덜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진 일이 있었다. 또한 예수님은 당신의 심장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자주 성녀 루갈다에게 발현하셨는데, 예수님의 성심과 수난에 대한 묵상은 그녀의 수도 생활의 핵심 주제였다. 성녀 루갈다는 1235년부터는 시력을 완전히 잃어 생애의 마지막 11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한 채 지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가시적인 세계에서 자신을 떼어놓고자 도와주시는 하느님의 기쁜 선물로 생각하며 모든 고통을 참아냈다. 예수님께서는 성녀 루갈다에게 나타나셔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그렇게 받은 선물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후 죄인의 회개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느님을 영원히 마주 뵐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모든 것을 하느님에게 의지하였다. 성녀 루갈다는 자기의 죽음을 알려주는 그리스도의 환시를 체험하고 예언한 대로 1246년 6월 16일 삼위일체 대축일 저녁기도가 끝나고 끝기도가 시작되려는 시간에 64세의 나이로 선종하였다. 성녀 루갈다의 일생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가치관에 큰 징표를 남겨 주었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 1,24)라는 말씀대로 살았다. 그녀는 12~13세기의 뛰어난 신비가 중 한 명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옛 “로마 순교록”은 6월 15일 목록에서 벨기에 중앙부에 있다가 1995년에 폐지된 브라반트주(Brabant州)에서 동정 성녀 루갈다를 기념한다고 간단히 전해주었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같은 날 목록에서 브라반트의 에비에르에 있는 시토회 수녀원에서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으로 유명한 동정 성녀 루갈다를 기념한다고 기록하였다. 성녀 루갈다는 시각 장애인과 신체장애인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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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김정진 편역, 가톨릭 성인전(상) - '성녀 루트가르다 동정', 서울(가톨릭출판사), 2004년, 205-207쪽.
- 최익철 저, 우표로 보는 교회를 빛낸 분들 - '루갈다', 서울(으뜸사랑), 2014년, 113-115쪽.
- 한국가톨릭대사전편찬위원회 편, 한국가톨릭대사전 제4권 - '루갈다', 서울(한국교회사연구소), 1997년, 2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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