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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교회 교리서

‘전례’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1069 전례(典禮)라는 말은 본래 ‘공적인 일’, ‘백성들의, 백성들을 위한 봉사’를 뜻한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의 일”에(4) 참여함을 의미한다. 우리 구속주이시고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전례를 통해서, 당신 교회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교회를 통하여 우리의 속량을 위한 일을 계속하신다.
1070 신약 성경에서 ‘전례’(Leitourgia)라는 단어는 하느님에 대한 예배의 거행뿐(5) 아니라 복음 선포와(6) 사랑의 실천도(7) 가리킨다. 이 모든 경우가 하느님인간에게 봉사함을 뜻한다. 전례를 거행할 때 교회는 유일한 “제관”(Leitourgos)이신(8) 주님의 모습을 따라 시종이 되어, 그리스도사제직(예배), 예언자직(복음 선포), 왕직(사랑의 봉사)에 참여한다.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례 안에서 인간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그 지체들이 완전한 공적 경배를 드린다. 따라서 모든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다. 그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9)

사도 교회 때부터

1086 “그리스도께서 성부에게서 파견되신 것처럼 그렇게 그리스도께서도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을 파견하시어,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하느님의 아들께서 당신의 죽음부활로 우리를 사탄의 권세와 죽음에서 해방시키시고 아버지의 나라로 옮겨 주셨다는 소식을 알리게 하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선포하는 구원 활동을 모든 전례 생활의 중심인 희생 제사성사들을 통하여 수행하게 하셨다.”(4)
1087 이처럼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성령을 주심으로써 그들에게 당신의 성화하는 권능을 맡기셨다.(5) 그들은 그리스도의 성사적 표징이 된다. 사도들은 같은 성령의 능력을 통해서 이 권능을 자신의 후계자들에게 맡긴다. 이러한 ‘사도적 계승’은 교회전례 생활의 전체 구조를 이루며, 이 계승 자체도 성품성사로 전달되는 성사적인 것이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상기시키신다

1099 성령과 교회전례 안에서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 활동을 드러내기 위하여 함께 일한다. 전례는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고 다른 성사들 안에서는 유비적으로, 구원신비기념한다. 성령께서는 교회의 살아 있는 ‘기억’이시다.(16)
1100 하느님의 말씀. 성령께서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실천하도록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 있는 말씀이 되게 하심으로써,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에게 먼저 구원 사건의 의미를 상기시키신다.
성경은 전례 거행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독서들을 봉독하고 강론으로 해설하고 시편을 노래하며, 성경의 영감과 감동에서 전례의 간구와 기도성가가 울려 퍼지고, 또한 전례 행위와 표징들이 성경에서 그 의미를 받기 때문이다.(17)
1101 성령께서는 독서자들과 청중들에게 그 마음가짐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영적인 이해력을 주신다. 전례 거행의 골격을 이루는 언어와 행위와 상징들을 통해서, 성령께서는 신자들과 집전자에게 성부의 말씀이며 모상이신 그리스도와 생생한 관계를 맺게 하여, 전례 거행에서 듣고 묵상하고 행하는 것들의 의미를 그들 생활에 옮길 수 있게 하신다.
1102 “구원의 말씀은……신자들의 마음에 신앙을 키운다. 이 신앙으로 신자들의 모임이 시작되고 자라난다.”(18) 하느님 말씀의 선포는 가르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 백성 사이의 계약을 위하여 동의와 투신으로 표현되는 신앙의 응답을 촉구한다. 성령께서는 또한 공동체신앙은총을 주시며, 신앙을 굳건하게 하고 자라게 하신다. 전례 모임은 무엇보다도 신앙 안에서 이루는 친교이다.
1103 기념(Anamnesis). 전례 거행은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킨다. “계시 경륜은 서로 긴밀히 결합된 행적과 말씀으로 실현된다.……말씀들은 업적들을 선포하며 그 안에 포함된 신비들을 밝혀 준다.”(19) 성령께서는 말씀 전례로써 회중에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모든 것들을 “상기시켜 주신다.” 전례 행위의 본질과 지역 교회 예법의 전통에 따라 전례의 거행은 다소 확장된 기념 안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기억하게 한다.” 이처럼 교회의 기억을 일깨우시는 성령께서는 감사와 찬미(Doxologia)를 불러일으키신다.

성사 전례의 거행자

1140 성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그 머리와 결합되어 있는 공동체 전체가 거행하는 것이다. “전례 행위는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 ‘일치의 성사’인 교회, 곧 주교 아래 질서 있게 모인 거룩한 백성인 교회의 예식 거행이다. 그러므로 이 행위는 교회의 몸 전체에 관련되고 그 몸을 드러내며 영향을 끼친다. 교회의 각 지체는 위계와 임무와 실제 참여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관여한다.”(11) 이러한 까닭에 “예식이 그 고유한 본질에 따라 많은 신자들의 참석과 능동적인 참여와 더불어 공동 거행으로 이루어질 때마다, 될 수 있는 대로, 이 공동 거행이 개별적이고 거의 사적인 거행보다 낫다는 것을 강조하여야 한다.”(12)
1141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은 “새로 남과 성령도유를 통하여 신령한 집과 거룩한 사제직으로 축성되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통하여 신령한 제사를 바치는”(13) 세례 받은 이들의 공동체이다. 이러한 ‘보편 사제직’은 유일한 사제이신 그리스도사제직이며 그분의 모든 지체들이 이 사제직에 참여한다.(14)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완전히 참여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와 같은 참여는 바로 전례의 본질이 요구하는 것이며, 또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1베드 2,9)인(15) 그리스도인은 세례의 힘으로 그 참여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16)
1142 그러나 “지체가 모두 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로마 12,4). 어떤 지체는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하여, 공동체를 위하여 특별히 봉사하도록 하느님께 부름을 받는다. 이러한 봉사자들은 선택되고 성품성사축성된다. 이 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는 그들이 교회의 모든 지체들에게 봉사하도록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행동하기에 적합한 사람들이 되게 하신다.(17) 성품을 받은 봉사자는 말하자면 사제이신 그리스도의 표상(icon)이다. 성사인 교회는 성찬례에서 충만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성찬례를 주례할 때에 주교의 직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고 또 주교와 일치한 사제들과 부제들의 직무가 잘 드러난다.
1143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는 다른 특별한 직무들이 있는데, 성품성사축성되지 않는 이 직무들은 전례 전통과 사목적 필요에 따라 주교가 정한다. “복사, 독서자, 해설자와 성가대원 들은 진정한 전례 봉사 직무를 수행한다.”(18)
1144 그러므로 성사를 거행할 때 온 회중은 모든 사람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으로 하나 되어” 각자의 임무에 따라 ‘전례 거행자’(liturgus)가 된다. “전례 거행에서는 누구나 교역자든 신자든 각자 자기 임무를 수행하며 예식의 성격과 전례 규범에 따라 자기에게 딸린 모든 부분을 또 그것만을 하여야 한다.”(19)

언어와 행위

1153 성사 거행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그리스도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만나는 것이며, 이 만남은 행위와 언어를 통하여 대화로 표현된다. 상징적인 행위 자체가 이미 언어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 좋은 땅에서 열매 맺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과 이에 대한 신앙의 응답이 이 행위들에 따라 나와야 하고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전례 행위는 하느님의 말씀이 표현하는 것을 드러낸다. 곧 무상으로 먼저 베푸시는 하느님의 주도와 하느님 백성의 신앙의 응답을 동시에 의미한다.
1154 말씀 전례성사 거행의 필수 부분이다. 신자들의 신앙을 키우기 위해서는, 말씀의 책(전례 성경), 말씀에 대한 존경(행렬, 향, 촛불), 말씀을 선포하는 장소(독서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성경 봉독, 말씀 선포의 연장인 사제강론, 회중의 응답(환호송, 화답송, 연도[連禱], 신앙 고백) 등 하느님 말씀의 표징들이 부각되어야 한다.
1155 표징과 가르침이라는 점에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전례적인 말씀과 행위는 그것들이 가리키는 바를 실현한다는 면에서도 분리될 수 없다. 성령께서는 신앙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하실 뿐 아니라, 성사를 통해서 말씀으로 예고된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실현하신다. 성령께서는 사랑하시는 성자께서 성취하신 성부의 업적을 현존하게 하고 나누어 주신다.

주님의 날

1166 “교회는, 사도전승에 따라, 바로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에 그 기원을 둔 파스카 신비를 여덟째 날마다 경축한다. 그날은 당연히 주님의 날 또는 주일이라고 불린다.”(42)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은 창조의 첫째 날을 기념하는 ‘주간 첫날’이며,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대안식일의 ‘휴식’ 다음에 “주님께서 만드신 날”(시편 118[117],24), “저물지 않는 날”을(43) 시작하시는 ‘여덟째 날’이기도 하다. 주님께서 당신 잔치에 초대하신 모든 신자들의 공동체부활하신 주님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므로, ‘주님의 만찬’이 이날의 중심이다.(44)
주님의 날,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그리스도인들의 날이 바로 우리의 날입니다. 이 때문에 이날을 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날 주님께서 승리하셔서 성부께 오르셨기 때문입니다. 이방인들은 이날을 태양의 날(일요일)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도 기꺼이 이날을 태양의 날이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세상의 빛이 떠올랐고, 오늘 우리를 치유하는 빛을 비추는 정의의 태양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45)
1167 주일은 전례 모임을 위해 가장 좋은 날이다. 이날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에 참여하고,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부활과 영광을 기념하며,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46)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부활 주일에 이루어진 놀라운 일들을 묵상할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복되다 주일이여, 이날 만물의 창조가 시작되었으며……세상이 구원되고……인류가 새롭게 되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로다. 이날 하늘과 땅이 기뻐하였으며, 온 우주에 빛이 가득 찼도다. 복되다 주일이여, 이날 낙원의 문이 열려, 아담과 추방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그리로 들어가게 되었도다.”(47)

전례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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