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사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나요?

현대 사회에는 여권 신장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여성운동이 확산되어왔으며, 여성들이 많은 분야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추세에 따라 서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여성에게도 사제서품을 허락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에서는 1976년 10월 15일자로 발표한 문서에서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여성 사제직을 반대합니다.

"첫째, 가톨릭 교회에서는 지금까지 여성들에게 유효하게 사제, 주교품을 수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어본 적이 없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열두 사도들을 뽑으실 때 남성만을 고르셨고, 초대교회에서 유다 이스가이옷을 대치할 사도를 선출할 때도 여성은 제외되었다. 셋째, 사제는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인물인데 그리스도는 남성이었다. 또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의 상징으로 표현하는데,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사제는 그리스도와 같은 남성이어야 한다."

그러나 교황청의 이러한 견해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교회 전통에서 지금까지 여성의 서품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막혀버리는 것이 됩니다. 여성사제직이 하느님의 법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시대 상황이 달라져서 다른 것이 요구될 때 그 전통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전통은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창조하셨다(창세 1,27 참조)는 성서의 가르침과,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와 여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갈라 3,28)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께서 열두 사도를 남성들로만 선택하신 것은 그 당시의 역사,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다 사회는 철저한 남존여비사상에 젖어 있어서, 여성을 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고 여성이 어떤 대표성을 지닐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대표하는 열두 사도에 여성을 포함시켰다면, 그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예수께서도 사실상 남성들만을 열두 사도로 선택하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여하간 예수께서 남성들만을 열두 사도로 선택하셨다는 사실이 여성들을 교회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져서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페베를 ''봉사자'', 브리스카를 ''함께 일하는 자'', 유니아를 ''사도''라 고 지칭하였는데(로마 16,1.3.7), 그 이름들은 모두 여성 이름입니다. 이는 초대교회에 지도적인 위치에서 일하던 여 성들이 있었음을 말해줍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가 남성이기에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사람도 남성이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신약성서에 의하면 하느님 말씀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요한1,14 참조)이 신학적으로 정말 중요한 점이지, 그 인간의 성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서에는 남녀의 성별보다는 예수께서 이스라엘에 속하셨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마태1,1-17; 루가1,54-55; 로마1,3; 갈라4,4 참조). 그런데 교회 교도권은 예수 그리스도를 대리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스라엘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성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점이 예수 그리스도를 대리하기 위한 조건이 되지 않는데, 성서에서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성(性)의 구별이 그리스도를 대리하기 위한 본질적인 조건이 되는 현재의 전통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 신랑과 신부의 상징은 성별이 아니라, 그 상징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신랑에 비유할 때 이는, 예수께서 배우자인 교회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면서 끝까지 사랑하신 점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신랑의 상징에서 핵심이 남성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충실한 사랑이라면, 이런 사랑의 상징으로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학적으로 엄밀히 말해 여성의 사제서품을 반대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면 어느 때라도 여성사제직을 허용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성공회의 경우 몇 년 전에 여성사제직을 허용하였는데, 이에 반대하는 이들과 대립을 이루어 교회가 분열될 위험에까지 직면하였습니다. 주교를 포함한 많은 성직자들이 성공회를 떠나기까지 했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에도 사전에 준비 없이 당장 여성사제직을 허용한다면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교회의 일치와 화합은 그리스도의 간절한 소망으로서(요한 17장 참조) 교회가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 교회가 분열될 위험이 아주 크다면, 적어도 그 실행의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사제직을 허용하기에 앞서 성직자와 신자들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품위와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존중하는 생각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은 교회 내에서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 자신의 의식 속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의식이 어느 정도 고쳐진 후에 여성사제직이 도입된다면 큰 혼란은 없을 것입니다.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이루어지는 개혁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여성사목회장, 여성 성체분배자조차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풍토에서 여성사제를 받아들이기란 더욱 힘들지 않겠습니까? 잘 준비된 개혁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신부님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나요?

본당에서 활동하시는 신부님의 경우에는 본당에서, 수도회 신부님들의 경우에는 수도회에서 생활비를 제공합니다. 군종 신부님들이나 교육 계통에서 일하는 신부님, 그 밖에 전문사목, 특수사목에 임하는 신부님들은 소속 교구로부터 도움을 받습니다. 은퇴 신부님들은 소속 교구에서 생활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집니다.

교회 공동체를 위해 일생 동안 자신을 바치는 성직자가 교회로부터 생계유지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서 바오로 사도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성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성전에서 나오는 것을 먹고 살며 제단을 맡아보는 사람들은 제단 제물을 나누어 가진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이와 같이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도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주님께서 제정해주셨습니다"(1고린 9,13-14). 이렇게 교회 공동체가 성직자의 생계 유지를 책임지는 것은 먹고 사는 일에 골몰하지 말고 맡은 사명에 충실하라는 데에 그 의도가 있습니다.

사제 지망자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던데요?

유럽과 미국 교회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은퇴하는 사제는 늘어나는 반면 사제 희망자는 현저하게 줄어들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80년대 중반부터 신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제 지망자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이래로 사제 지망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위기 극복 방안 중의 하나는 사제나 수도자 배출에 못자리가 되는 가정과 본당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사제가 되려면 본인의 의사도 있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부르심, 즉 성소(聖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부르심은 대부분 다른 사람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해집니다. 적지 않은 사제나 수도자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보면서, 신자 친척이나 친지의 권유를 통해서 자신의 성소를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복음 정신에 충실하게 믿음, 희망, 사랑의 삶을 가꾸어가는 가정과 본당 공동체는 성소의 못자리라고 하겠습니다.

성소 개발을 위해 본당에서 성직자들이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만, 신자들, 특히 가정에서 부모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고 그들의 신앙 교육에 관심을 기울일 때 사제, 수도성소가 풍성해질 것입니다.

요즈음 조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영어, 미술, 컴퓨터 학원 등에는 열심히 보내면서 정작 중요한 신앙 교육은 소홀히 합니다. 또 자녀들의 학교 공부에는 전력을 기울이면서 성당의 주일학교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들에게 시간을 뺏기니까 성당에 나가지 말라고 ''시한부 냉담''을 종용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이런 풍토에서는 사제, 수도성소가 증가할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마태 9,38)고 권고하였습니다. 이 권고에 따라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 힘을 합쳐서 성소 개발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다각적으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성소란 무슨 뜻이며 신자 모두가 받는 일반 성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성소(聖召)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Vocatio)입니다. 넓은 의미의 성소란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해당되는 삶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하지만, 좁은 의미의 성소는 성직자나 수도자로 부름을 받아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 성소는 자신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먼저 부르심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인간이 응답하는 것입니다. 성직자 성소나 수도자 성소는 먼저 자신이 성소생활을 원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교회의 장상에 의하여 그 성소가 받아들여져야 완전한 성소가 됩니다.

어떤 사람의 성소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성령의 역사하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그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과 인류 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마음을 교회가 받아들이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부르심은 그 사람을 강제로 사로잡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이 부르심에 자유롭게 응답하거나 거부하도록 충분한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줍니다. 부르심은 눈에 보이는 기적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어떤 사람이 성직자나 수도자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한다면 이미 하느님의 부르심인 성소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제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사제(司祭)는 참된 것, 고상한 것, 옳은 것, 순결한 것, 사랑스러운 것, 영예로운 것, 덕스럽고 칭찬할 만한 것들을 마음속에 품고, 이를 실행하고 평화의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필립 4,8-9 참조) 왕이신 스승 그리스도께 봉사하기 위하여 선택되어 그리스도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사제는 기도와 예배를 행할 때, 말씀을 설교할 때, 성체의 제사를 집전할 때, 다른 성사를 거행할 때, 사람들을 위한 그 밖의 직무를 수행할 때에 하느님의 영광을 더하고 사람들을 하느님의 생명 안에 진보시키는 데에 기여합니다(사제교령 2항 참조)

구체적으로 사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첫째, 사제는 미사를 집전하여 제사를 드립니다. 사제는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미사 중에 이루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당신을 아버지 하느님께 바치신 것을 재현합니다. 그리스도의 분부대로 제자들을 통하여 계승되는 가장 거룩한 일을 사제가 행합니다.

둘째, 사제는 하느님의 말씀인 복음을 전합니다. 이 사명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이며 세상 끝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마태 28, 18-20 참조)

사제들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나요?

신자들은 사제가 그 직무를 다할 수 있도록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제는 모든 이를 위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필요 이상으로 자주 찾아가고 긴 시간을 빼앗아 마치 자신만을 위한 사제인 것처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사제는 모든 인간적인 욕구를 오직 교회 발전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사제가 수행하는 사목 계획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제에게도 인간적 실수나 약점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약점을 볼 때마다 비평이나 불평을 하기보다는 사제의 약점을 감싸 줄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사제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끝으로 사제는 교회와 신자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므로 신자들은 사제에게 순명해야 합니다. 만일 사제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든 조용히 사제를 찾아가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사제의 분명한 뜻을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신자는 사제를 보호하고 언제나 사제를 위하여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신학교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나라에는 일곱 개의 대신학교가 있는데 학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신학교는 대학과정 4년과 대학원과정 3년, 모두 7년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신학생들에게 학식과 성덕 연마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중에 독서직과 시종직을 받고 교육과정 수료 1년 전에 부제품을 받고 7년 과정을 마치면서 사제로 서품됩니다.

사제가 되기 위하여 요구되는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사제는 성무를 담당하는 제관이고, 신자 공동체의 지도자이므로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제 희망자는 사제의 생활과 직무를 이해할 정도의 신앙이 있어야 하므로, 영세후의 신앙생활이 적어도 3년은 넘어야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신체상의 결함이 있는 사람이나 또 가족 중에 누군가가 또는 본인이 정신적 결함이 있는 경우, 그리고 불미스러운 결손가정이거나 신자의 수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가정에 속한 사람은 특별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본인의 탓이 아닌 고아 또는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인 경우 신학교 입학의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사목지침서 제101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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