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에는 7성사가 있는데, 그 중에서 세례, 견진, 성체성사를 ''그리스도교 입교성사''라고 합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 새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 새 생활은 견진성사를 받음으로써 견고하게 되고, 성체성사로써 그리스도와 닮은 모습으로 변화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과 마음은 항상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고 잘못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를 위해서 ''치유의 성사''가 있는데 여기에 고해성사와 병자성사가 속합니다.
사람은 약하기에 죄에 떨어져서 영신의 건강을 해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고해성사를 통해서 죄사함을 받고 다시 영신의 건강을 회복합니다. 또한 병이 들어서 육신의 건강을 잃기도 합니다. 그런데 질병은 단순히 몸이 아픈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병을 앓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과 한계, 유한성을 체험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죽음을 예감합니다. 그래서 환자는 몸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약해지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 대한 실망과 반항으로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교회는 질병 때문에 이렇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중대한 위험에 처한 환자들에게 병자성사를 통해서 병을 이겨나갈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즉 교회는 병자성사를 통해서 병고로 허약해진 환자의 마음과 신앙을 굳세게 하고, 병자의 구원에 도움이 된다면 잃어버린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은혜를 청합니다.
병자성사와 종부성사는 같은 성사에 대한 두 가지 명칭입니다. 사도 야고보의 편지가 전하는 것처럼, 초대교회에서는 교회의 원로(사제)들이 병자를 찾아가서 기름을 바르고 기도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청하십시오. 원로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하여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사람을 낫게 할 것이며,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이렇게 사도시대의 교회에는 병자에게 도유하고 그를 위해 기도해 주는 특별한 예식이 있었는데, 이것을 나중에 ''병자의 도유'' 즉 ''병자성사''라고 일컬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병자의 도유는 점차 죽음이 임박한 사람에게만 베풀어지게 되었 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도유를 ''마지막 도유'' 혹은 ''종부성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제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초대교회의 전통으로 돌아가서 종부성사를 다시 ''병자성사''라고 부르게 되었고, 죽음이 임박한 사람만이 아니라 병으로 쇠약해진 사람이나 노쇠해진 이들도 이 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병자성사는 죽음에 직면한 사람만이 아니라 중한 병을 앓는 환자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헌장 73항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병자성사는 "죽을 위험이 임박한 이들만을 위한 성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육체가 쇠약 해지거나 나이가 많거나 병이 들어 죽을 위험에 처하기 시작하면 이미 이 성사를 받기에 합당한 시기가 되었음이 틀림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급격히 노쇠해지는 노인들도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본당에서는 노인들을 위해서 성당에서 공동으로 병자성사를 베풀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한 수술을 받기 전에 병자성사를 받는 것은 합당할 뿐만 아니라 권장할 일입니다.
첫째, 병자성사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강화함으로써 병이나 노쇠의 고통을 견딜 수 있 도록 평화와 용기를 줍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병들고 노쇠한 이들을 외면하는 경향이 만연하지만, 하느님은 이런 일들을 결코 버리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시는데, 병자성사는 이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합니다. 또한 죽음에 직면한 사람은 병자성사를 통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갖도록 도움을 받습니다.
둘째, 병자성사를 통해서 병자의 영신적인 구원에 적합한 경우에는 건강이 회복되는 은혜를 받습니다. 예수께서는 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셨는데, 그 목적은 그들의 믿음을 견고케 해서 구원을 얻게 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려는 데 있었습니다. 모든 환자는 예외없이 자신의 병이 나아서 다시 건강해지기를 원하지만, 하느님은 그 사람의 구원에 유익이 되고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한도 내에서 치유의 은혜를 주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병의 치유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지만, 그러나 열심히 기도한다고 모든 병이 반드시 다 치유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도 자신이 당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기를 주님께 청하였지만 "너는 이미 내 은총을 충분히 받았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2고린 12,9)는 대답만을 들었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감수해야만 하는 고통이 있다'' 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오로지 육체적인 치유만을 바라고 병자성사를 반복해서 받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 하겠습니다.
셋째, 병자성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병자 자신의 고통을 일치시키도록 돕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인류 구원을 위해서 당신이 받으셔야 할 수난과 십자가의 고통을 몸소 감수하셨습니다. 병이 낫지 않더라도 열심히 기도하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합치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내 몸으로 채우고 있다"(골로 1,24)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고통이 자신과 교회에 선익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넷째, 병자성사는 아직 남아 있는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풉니다. 야고보 사도는 병자를 위한 기도와 도유가 "병자를 구할 것이고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주실 것이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병자가 "죄를 지었다면 용서받을 것입니다"(야고 5,15 참조). 고해성사를 통해서 죄사함을 받지만, 혹시라도 남아 있는 죄가 있다면 병자성사를 통해서 용서를 받게 됩니다.
세례받지 않은 사람은 병자성사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례성사를 통해서 가톨릭 교회에 입교한 사람만이 다른 성사를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례받은 사람만 이 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비신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성사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전해주는 동시에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구세주요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며, 성사를 통해서 그분의 은총이 전해진다는 것을 믿는 가톨릭 신자만이 성사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사가 구원에 유익한 것이라 하지만 그 성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성사를 베풀 수는 없습니다. 물론 세례를 받지 않은 신자라도 병자 자신이나 가족이 원한다면 방문하여 기도해 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일입니다.
병자성사는 반복해서 여러 번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중병이 들었을 때마다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습 니다. 병자성사를 받은 병자가 건강을 회복했다가 다시 중병에 걸리게 되면 이 성사를 다시 받을 수 있으며, 같은 병으로 앓다가 병이 더 중해지는 경우에도 이 성사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병자의 상태가 위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본당 사무실이나 구역 책임자에게 신청해서 신부님과 시간을 맞춰 약속하면 됩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의 원목 신부님에게 청하거나, 원목 신부님이 계시지 않는 경우에는 소속 본당 신부님이나 그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계시는 신부님에게 청하면 됩니다.
어떤 분들은 아직도 병자성사는 죽기 전에 받는 성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 성사를 미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병자성사를 청해서 받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성사는 공동체의 예식입니다. 그러므로 환자의 가족이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병자성사가 집전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병고를 겪어야 하는 것은 환자 자신이지만, 가족이나 신자들이 함께하면서 관심과 기도를 아끼지 않는다면 환자가 자신의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얻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병자성사는 말씀 전례로 시작해서 성사의 핵심 부분인 안수, 도유로 이어집니다. 이는 말씀과 성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좀더 자세히 얘기하면, 사제는 성호경으로 예식을 시작하고 통회의 기도에 이어서 성서 말씀을 읽고 간단하게 하느님의 능력을 구하는 호칭기도를 바칩니다.
말씀 전례에 이어서 사제는 말없이 병자에게 안수하는데, 이는 성령께서 임하시기를 청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교가 축성한 성유를 병자의 이마와 두 손에 바르면서 다음의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자비로우신 사랑과 기름 바르는 이 거룩한 예식으로 성령의 은총을 베푸시어 이 병자를 도와주소서. 또한 이 병자를 죄에서 해방시키시고 구원해 주시며 자비로이 그 병고도 가볍게 해주소서." 그리고는 마침 기도를 바칩니다.
죽음에 직면한 환자는 병자성사 외에도(아직 의식이 있으면) 성체를 영하게 됩니다. 이렇게 죽음에 임박해서 영하는 성체를 노자성체(路資聖體)라고 합니다. 먼 길을 떠날 때 노자를 지니고 가듯이 천상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리스도를 노자로 모시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병자가 지은 죄가 있으면 병자성사를 받기 전에 고해성사를 받는 것이 마땅 합니다. 그러나 병자성사 중에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병자성사 전에 고해성사를 받고 곧 이어서 병자성사를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동시에 두가지 성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해성사 때에는 함께 있던 가족들이나 신자들은 자리를 비켜주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제, 즉 신부와 주교만이 이 성사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자들을 위한 기도와 형제적인 사랑은 사제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 수행해야 할 임무입니다. 병자들은 흔히 병자성사를 죽음과 관련지어서 생각하기에 성사받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러기에 가족과 신자들은 격려와 기도로써 병자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굳게 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잘 준비된 상태에서 병자성사를 받는다면 성사의 효과는 더욱 증가될 것입니다.
병자가 임종하면 첫째, 즉시 본당에 연락하고 이웃 교우들에게 알려 연도하게 하고 둘째, 본당에서 장례미사를 드리기 위하여 준비하고 셋째, 교회(묘지)의 사용 허가 수속을 하고 넷째, 가족들이 화목하고 정중하게 고인에게 맞갖은 예의로 그러나 허례의식을 없애고 신앙을 바탕으로 장례의식을 준비하고, 다섯째, 연도와 위령미사를 바치며 고인의 유지를 따라 살도록 다짐하고, 가문과 사회와 교회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고인을 위하는 일입니다.
병자성사의 은혜는 첫째, 생명의 은총을 증가시키고 둘째, 병자를 위로하고 유혹에 강하도록 하고 셋째, 경한 죄를 사면하여 천국에 들어갈 준비를 시키고 넷째, 구원에 유익하다면 육체의 건강을 줍니다.
병자성사를 받으면 첫째, 상존의 은총(성화은총)을 더해 주고 둘째, 죄와 벌이 사해집니다. 셋째, 육신의 병을 낫게 해주고 병자의 영혼을 견고하게 하여 악의 세력과 죽음의 두려움에 대해서 굳세집니다. 넷째,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심을 갖게 되고 고통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냉담 중이거나 견진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이거나 혼인 장애(조당)가있는 신자가 병자 성사를 받아 임종 전면은사(전대사)를 받고, 견진성사와 혼인성사를 받지 못했다면 견진성사를 받은 후 혼인 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자 성사 및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병자성사 예식서 30, 31,115-135항. 사목지침서 제 98조 참조)
예수께서는 많은 병자들을 낫게 해 주셨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특히 마르코 복음 (6,13 참조)에는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 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병자성사를 받을 사람과 병자성사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원로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하여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사람을 낫게 할 것이며…, 그가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이렇게 마르코 복음에서 예수님에 의하여 예시되고 야고보 사도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 병자성사입니다.
병자성사는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 즉 첫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는 나이에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철들지 않은 어린이나 전면적인 정신장애인은 병자성사를 받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병이나 죽을 위험이 없는 만성병 환자는 받지 못 합니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해도 사형수나 파선 중인 배의 승선자나 전쟁 중의 군인들은 병자성사를 받지 않고 고해성사와 영성체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자성사는 의인의 성사이므로 의식이 있고 말을 할 수 있으면 고해성사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고해성사를 거절하면 병자성사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정례서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 있는 신자들도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위험한 병 때문에 외과수술을 받아야 할 때 병자가 수술 전에, 또 노환으로 말미암아 기력이 쇠진해지는 노인들은 병세의 위험성이 목전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병자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병세의 위독 상태에서는 그 정확성에 대해서 지나치게 엄격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에는 의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자성사를 받을 사람이 병세가 더 악화될 단계까지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고 병자가 위험해지기 시작하려 할 때 바로 성사를 받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