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사 100대 사건] 98 - 새 교회법 반포
공의회 정신 담은 개혁적 법률 - 사회변화와 공의회의 새로운 제안들로 인해 교회법의 재검토가 제기, 1983년 1월 새 교회법을 반포했다. 사진은 바티칸시국 재판정 모습. 1981년 10월 28일 교황청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회의실에서는 전세계에서 모인 교회법 전문가와 학자, 주교들 80여명이 모여서 새 교회법전의 초안을 놓고 마지막 논쟁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미 8일째에 들어선 이날은 지난 2000년간 있어온 수많은 교회법령들을 하나로 집대성해서 새로운 세계와 사회 상황, 교회 현실에 맞도록 집대성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휴식도 없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이날 회의를 거쳐 참석자들은 새 교회법전의 초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추기경과 주교들은 『이 초안을 될 수 있는대로 빨리 교황에게 제출해 교황이 적합하게 여기는 때와 방법으로 법전을 발간하도록 하는 것을 합당하게 생각한다』는 문건에 서명했다. 이 교회법 초안은 곧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제출됐고 마침내 1983년 1월 25일 교황은 이 법을 반포해 그해 11월부터 시행했다. 법전 개정을 위해 교황청 교회법 개정위원회가 구성된지 무려 20여년만의 일이었다. 교회법전이란? 법전은 법률적인 의미에서 볼 때 질서정연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배열된 법률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교회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적인 공동체로서의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동시에 볼 수 있는 교계제도로 조직된 사회이다. 일반 사회 공동체가 그 조직과 구성원들 사이를 조정하기 위한 규범들을 담아 법전을 시행하듯이 교회도 가시적이고 조직적인 조직체인 만큼 조직체의 운영과 교회의 임무 및 목적 완수를 위한 규범이 필요하다. 이러한 규범들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편집한 것이 바로 교회법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서방 라틴 가톨릭교회의 교회법전으로는 1917년 5월 27일 반포된 「비오-베네딕도 법전」 또는 「1917년 법전」이라고 불리우는 구법전과 1983년 반포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새 「교회법전」이 있다. 이 법전은 전세계 라틴 가톨릭 교회 안에서 유일하고 일반적인 성격을 갖는 보편법들을 담고 있다. 한편 동방 가톨릭 교회들을 위한 교회법전으로는 1992년 5월 13일에 반포된 「동방교회들의 교회법전」(Codex Canonum Ecclesiarum Orientalium)이 있다. 새 법전 형성과정 현행 「교회법전」의 형성 과정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이뤄진 세계적인 질서 변화에 기인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사회 변동 과정에서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교회라는 사회의 정체성과 구조를 보호하는 것이 교회법의 주요 기능이므로 구법전이 반포된 1917년의 사회 상황에 비해 판이하게 달라진 1959년의 사회 상황이 새로운 교회법을 요청했다. 즉 종교적 다원주의, 세속 국가 출현, 동유럽의 정치 권력과 교회 사이의 긴장, 새로운 경제 체제의 도입 등이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사회 질서의 탄생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교회법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세속 사회, 세속 국가, 종교의 다원화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현대 사회의 상황은 과학주의, 상대주의, 물질주의, 진화주의, 환경주의 등 전사회적으로 하느님이 사라진 상황을 야기했으며 이러한 사고방식들은 신정법이나 자연법을 기반으로 하는 교회법과 시민법의 가능성을 부정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신적 요소와 인간적 요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사회, 즉 교회의 법체계에 대해서도 논란을 불러왔다.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이러한 변동의 상황 속에서 2차 바티칸공의회로부터 제안된 새로운 이해들은 교회법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실제로 새 교회법은 공의회의 소리를 법적으로 구현하게 됐다. 이미 공의회 이전부터 교회법과 전례, 수도생활 등 교회의 법적 쇄신 운동이 시도됐었다. 초기에 제안된 공의회 의제들은 이러한 쇄신운동에 기반을 두었다. 교황 요한 23세는 1959년 1월 25일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개최와 교회법전의 개정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법전을 개정하기에 앞서 공의회를 통한 교회 쇄신의 필요성이 먼저 요구됐기 때문에 법 개정은 공의회 이후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공의회 첫 회기가 끝난 직후인 1963년 3월 28일 40명의 추기경들로 성청 교회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11월 12일에 첫 전체 회합을 가짐으로써 교회법전 개정의 긴 역사가 시작됐다. 요한 23세의 뒤를 이은 교황 바오로 6세는 첫 훈화에서 교회법전의 개정은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법률들을 단순히 새롭게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적합하고 공의회 문헌들의 정신에 맞는 심도 있는 개혁』임을 강조했다. 그 결과 1967년 10월에 개최된 주교대의원회의 총회에서 개정의 10개 기본원칙들이 결정됐고 이에 따라 개정 작업을 진행해 5번의 부분적인 시안을 거쳐 마침내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반포됐다. 제7권 1752개 조항 법전은 모두 1752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제1권 「총칙」은 교회법의 일반 원칙을 다루며 제2권 「하느님 백성」은 교회 구성원들에 관련된 규범과 교회 사목 행정을 위한 봉사직무의 구성과 조직, 제3권은 교회의 교도 임무, 제4권은 성화 임무와 성사, 경신례를 다룬다. 제5권은 교회의 세속 재산법, 제6권은 형법, 그리고 제7권은 교회의 소성법을 다루고 있다. 새 교회법전은 교회의 입법 전통에 충실하면서 공의회의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법률을 담고 있기에 구법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점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특히 『영혼들의 구원은 교회 내에서 항상 최상의 법』(1752조)이라는 사목적 특성을 갖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3년 11월 30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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