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만 신부의 '생활 속 교회법'] (5) 중세기에 있어서 그리스도교 (1) 젤라시오 1세 교황에 따른 정교 구분주의 형태
“영적 권한은 세상 권력에 독립적” 우리는 앞서 몇 가지 성경구절을 바탕으로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해하고 있던 교회와 국가사회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그것을 우리는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본 ‘정교 구분주의’라고 밝힌 바 있다. 젤라시오 1세 교황은 494년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정교 구분주의를 교회의 수장으로서 동로마제국의 황제 아나스타시오 1세에게 보낸 서한을 통하여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선포하기에 이른다. 즉 “영적 권한은 세상의 권력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적이다”라는 교회의 국가사회 권력에 대한 입장을 선언한 것이다. 교황의 편지를 종합적으로 보자면 다음의 원칙들을 추출할 수 있다. 첫째 세상의 통치에 있어서 두 가지 구별되는 권한이 존재한다는 것, 둘째 두 가지 권한 모두 그 기원에 있어서는 신성한 원천, 즉 하느님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두 가지 권한은 각기 고유한 영역에 있어서 서로 독립적이라는 것이고 넷째는 두 권한은 서로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섯째는 두 가지 권한들에 있어서 각 개인들은 각각의 권한에 맞는 기능에 관련하여 상대방의 권한에 개별적으로 예속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회의 권한을 지닌 자들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법에 종속되며, 이 세상의 통치자들은 영적생활에 관련된 것들에 있어서는 그리스도교인으로서 거룩한 교회 직무자들에게 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영적생활은 교회의 권한에 의하여 지도되고 이 권한은 이 세상을 다스리는 세속의 권한보다 더욱 상위의 것이라는 점이다. 젤라시오 교황이 이러한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제권보다 위에 자신의 권한을 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가 권력에 의한 교회생활에 대한 남용들에 대하여 그것들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였던 것이다. 젤라시오 교황에 의하여 정형화된 교회와 국가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원칙은 앞으로 교회사 속에서 등장하게 될 수많은 교회와 국가사회와의 갈등과 협력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1월 25일, 한영만 신부(가톨릭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