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만 신부의 생활 속 교회법] (12) "종교는 개인문제" 인식변화 작은 지면에 자유계몽주의에 대한 모든 철학적 측면들을 살펴보기는 힘들다. 우선은 교회법과 관련한 대략적인 것만이라도 살펴보고자 한다. 자유계몽주의에 따르면 계시(啓示)가 아닌 이성(理性)이야말로 진리에 관한 최종 판단 기준이며 인간 양심의 원천이다. 이성이야말로 모든 억제하는 권력 앞에 자유롭다. 이런 사조는 사회의 법 앞에 성직자건, 귀족이건, 평민이건 모두 평등하다는 사고를 낳게 했다. 그와 동시에 절대왕정체제를 부정하면서 정치 권력의 원천, 곧 근원은 국민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가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서 헌법을 최고의 자리에 두게 되는 것이다. 이런 체제 속에서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는 정교 ‘구분’주의라기 보다는 정교 ‘분리’주의로 변화된다. 국가 차원에서 하나의 종교를 고백하는 현상, 그리고 국가가 믿지 않는 다른 종교에 대해 관용하지 않는 태도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종교에 대한 문제는 이제 한 개인의 개별적이고 양심상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종교문제는 어떠한 사회적 중요성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의 문제는 이제 교회와 국가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각 개인관의 문제로 변화됐다. 이제는 한 개인이 자신의 종교를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사고 경향은 자연스럽게 ‘탈종교화된 국가’ 형태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국가형태는 단순히 국가가 종교적이고 영적인 문제에 대해서 권한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교적이고 영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국가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경향으로 흐르게 된다. 다시 말해 국가 제도차원에서 더 이상 종교적 주제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법적으로 중요성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종교는 이제 국민 개개인의 문제로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3월 29일, 한영만 신부 ·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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