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만 신부의 생활 속 교회법] (18) ‘인간 구원’ 위한 자유 · 독립 교회의 고유사명 수행을 위한 자유는 통상적으로 ‘교회의 자유’라 불리웠다. 이 자유는 신자 개인들에게 사회적, 법률적 형식을 통하여 보장되어야 할 또 하나의 자유인 ‘종교자유’ 문제와는 어느 면에서 비슷한 문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 내용은 완연히 다른 문제다. ‘교회의 자유’란 것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목헌장 76항에서 말하고 있는 교회와 정치 공동체에 대한 정의와 그 관계에 대한 근본원칙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목헌장 76항에 따르면 “교회는 그 임무와 권한으로 보아 어느 모로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동시에 교회는 인간 초월성의 표지이며 보루이다. 정치 공동체와 교회는 그 고유 영역에서 서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다. 그러나 양자는, 자격은 다르지만, 동일한 인간들의 개인적 사회적 소명에 봉사한다”. 여기에 나타난 원칙에 따르면 정치 공동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이 세상 현세적 사물에 대한 고유한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라고 하는 형태로 대변되는 정치 공동체가 그 사회 안에 존재하는 종교적 실재에 대한 무관심과 혹은 인간의 개인적 사회적 소명의 본질에 해당하는 종교적 요인들을 간과해도 무방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는 인간의 본질적 소명에 해당하는 종교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봉사하도록 노력할 임무 또한 지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떤 인간행위든 현세의 일에서도 하느님의 지배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인용한 사목헌장은 또한 교회도 자신의 고유사명 수행에 있어서 그 어떤 사회적 집단에도 예속됨 없이 자신의 활동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고유한 조직과 고유한 방식을 통하여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초자연적 질서에 속하는 존재이며 그 자신의 고유목적은 다름 아닌 인간의 구원인 것이다. 그 반면 정치공동체는 이 현세 질서에 속하는 존재이고 그 목적 역시 현세적 선익을 목적으로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고유영역과 목적 달성을 위해 두 존재는 구분되는 법률과 조직을 갖고 통치되고 이 둘을 이끌어가는 권한은 완전히 구분되면서 독립적인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5월 10일, 한영만 신부 ·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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