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만 신부의 생활 속 교회법] (24) 나라마다 종교자유 정도 달라 우리는 앞서 역사 속에서 세속권 내지 황제권이 어떻게 교회를 지배하려 했으며 그 반대로 교회의 권위가 세상에 대하여 어떻게 그 힘을 펼쳐왔는가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제 여러 근현대 국가들이 종교문제들을 자신들의 국가법 안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래서 다양한 종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다루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형태가 바로 정교일치 형태다. 종교와 국가 관계가 일치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어떤 나라가 한 종교를 국교로 인정하고 공식적이며 고유한 종교로 고백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러한 형태 중에 가장 경직된 형태는 바로 그 나라의 국가 법률이 종교적 법률과 동일한 것이다. 일부 이슬람 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이슬람교만이 인정되고 나머지 종교들은 인정되지 않는, 그래서 종교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경직된 형태의 정교일치국가 말고도 약간 덜 경직된 형태의 정교 일치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종교는 정해져 있지만 나머지 종교들에 대해서도 약간의 자유를 허락하는 경우다. 그리스의 경우 가톨릭 신자가 50만명 정도 밖에 되지 않고 국민의 95퍼센트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이다. 그리스 정부는 1975년 헌법 제3조를 통하여 그리스 정교회는 그리스에서 우세 혹은 우월한 종교라고 정한 바 있다. 그리고 제13조에서 종교 자유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종교행위를 위해서는 교육성과 종교성으로부터 필요한 허락을 득해야만 그 행위가 정당화 된다고 한다. 그리스에서 가톨릭교회는 소수민들을 위한 종교이며 그 종교적 예배행위를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일종의 허락을 득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국교가 성공회임에도 불구하고 타 종교에 대한 온전한 의미에서 종교자유가 보장된다.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스위스의 일부 지역들이 비슷한 예다. 조금 특이한 경우가 있는데 러시아의 경우가 그것이다. 러시아와 교황청과의 외교관계는 1989년에 다시 시작되었고 종교문제는 1990년에 발표된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모든 종교들에 대하여 동일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1990년대 러시아 정부가 준비하여 추진해온 종교에 대한 법률은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일종의 특권을 분명하게 했다. 이 법률은 국제법상 요구되는 종교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마침내 1997년에 러시아는 러시아 정교회가 자국 내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와 역할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다른 종교들도 그 활동의 자유를 누린다고 했으나 실질적으로 그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다. 1997년에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종교에 관한 법률 제27항에서는 종교단체들은 15년 동안 매년 정부로부터 활동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15년 후에야 비로소 법적존재로서 법인격을 지닐 수 있다고 규정한다. 15년 동안에는 교육을 위한 기관이나 예배활동도 할 수 없고 종교교육을 위한 시설도 설립할 수 없는 등의 많은 제약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6월 21일, 한영만 신부 ·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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