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만 신부의 생활 속 교회법] (26) 쌍방 관심사 중 교회문제 조율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를 특징짓는 것들 가운데 정교조약체결을 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 있어서 국가는 어떠한 종교도 자국 내에서 국교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톨릭교회 지위는 그 국가 공법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입증된 대상으로 여기고 국제법상 효력을 발생하는 정교조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나라들은 주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인데, 이탈리아·스페인·독일·포르투갈·오스트리아·헝가리 등이다. 그리고 남미의 많은 나라들도 교황청과 정교조약을 체결하여 교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교조약(政敎條約: Concordatum, Conventio, Pactum conventum)이란 여타의 정치 공동체, 특별히 국가와 체결한 전통적이고 매우 오래된 제도로서 흔히 ‘조약 혹은 평화의 도구’(Pacta seu Instrumenta pacis)란 말로 불리기도 했었다. 최초의 정교조약은 ‘갈리스도 조약 혹은 보름스 정교조약’(1122년)이라고 하는 것으로 교황 갈리스도 2세와 황제 헨리코 5세가 서임권 문제를 종결짓고자 체결했던 것이다. 정교조약은 그 내용에 따라 어떤 것은 해당 국가의 내국법상 일종의 계약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어떤 경우는 교회에 특권이 부여되어 있어서 특권적 형태를 띠는 것도 있다. 전자는 국가권위가 우위에 있으면서 교회의 활동을 나름대로 제한하려고 하는 가운데 교회가 살아가기 위해 체결하는 경우고, 후자는 교회가 세속권 보다 우위에 있으면서 국가로 하여금 교회에 수많은 특혜를 부여하도록 한 경우다. 그러나 정교조약은 근현대에 이르러 보면 조약을 체결할 만한 국제법상의 두 주체가 서로가 교환한 약속에 매이면서 서로 충실하게 그 내용을 지켜가는 일종의 쌍무계약적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종합적으로 볼 때 정교조약이란 성좌와 다른 국가 간에 체결된 조약으로서, 쌍방의 공통의 관심사 가운데 교회적 문제들을 조율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약 당사자들인 성좌와 해당 국가는 상호양해를 통하여 그리고 그 내용을 서로 준수하면서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바를 충실하게 실행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정교조약에 대하여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교조약 무용론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단지 앞서 살핀 교회와 정치공동체는 상호 독립적이지만 서로 협력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사목 76항). 공의회에서 구체적으로 그리고 교회와 국가문제를 해결하는 최상의 방법으로서 정교조약을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의회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정교조약의 서문들에서는 공의회에서 강조한 교회와 국가 간의 협력 정신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공의회 이전에는 정교조약의 목적이 교회와 국가 간에 있던 분쟁을 조정하거나 권한영역에 있어서 조정이 많았다면 공의회 이후에는 정교조약이 가톨릭교회가 자신의 사명수행을 그가 처한 구체적 국가차원에서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종의 도구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7월 5일, 한영만 신부 ·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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