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좌 정기방문에 관한 신학적 · 교회법적 고찰 (상)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장 장익 주교)이 26일부터 12월 3일까지사도좌를 정기방문한다. 교회 용어로 '앗 리미나 아포스톨로룸'(Ad Limina Apostolorum)이라 한다. 사도좌 정기방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신자는 드물다. 일부에선 지방 제후들이 조공을 들고 황제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풍습으로 곡해하기도 한다. 이번 한국 주교단 출국을 계기로 교회법학자인 한영만(가톨릭대 교수) 신부의 옥고를 통해 사도좌 정기방문의 신학적ㆍ교회법적 의미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교회헌장에 나타난 주교단의 개념과 성격 "주교는 누구나 성사적 축성의 힘으로 또 주교단 단장과 그 단원들과 이루는 교계적 친교로 주교단 구성원이 된다"(교회헌장 21항). 주교는 성사적 축성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주교직에 올려지고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과 그 일원들인 주교들과 맺는 교계적 친교 안에 머문다. 이처럼 사도좌 정기방문의 정신은 바로 가톨릭교회 주교단 안에서 각 개별 주교가 갖는 최고 목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그 토대를 발견할 수 있다. 주교단의 일원이 되는 것은 근원적으로 '성사적 축성의 힘'에 의해서다. 이 성사적 축성은 이것을 받아들인 사람이 주교단으로 들어오게 되는 출발점이자 근원이고, 그것으로써 받게 된 임무의 토대인 것이다. 또한 주교는 주교단의 단장과 그 단원들과의 이루는 '교계적 친교'로 주교단의 구성원이 되고, 그 안에서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주교 축성의 힘으로 주교단의 일원이 된 개별 주교는 존재론적으로 '임무'에 참여하게 되지만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이에 필요한 '권한'을 교계적 권위를 통해 법적 혹은 교회법적 지명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교단의 단장과 주교단과의 교계적 친교 안에 있지 않은 축성된 주교는 교회의 임무수행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교계적 친교란 주교단의 본질상, 즉 계시에 바탕을 두고 설정된 베드로와 나머지 사도들이 유일한 사도단을 형성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들도 서로 자신들 사이에 결합되어 있는 것을 뜻한다. 주교단의 본성은 그 단장인 교황과 나머지 단원들과의 교계적 친교 안에 머물도록 요구한다. 주교단의 일원인 교구장 주교 교구장 주교는 교구라는 '개별교회'에 관한 사목을 맡은 주교를 뜻한다. 개별교회들은 주로 교구들이고, 하나이고 유일한 가톨릭 교회는 개별 교회들 안에 또 그것들로서 존립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개별교회와 보편교회에 관해 심도 있게 다룰 수는 없지만 교회헌장의 내용에 비춰 볼 때 개별교회는 보편교회의 형상을 따라 형성됐으며 그 안에, 그리고 그것들로서 하나이고 유일한 가톨릭 교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각의 주교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교회를, 그리고 다른 주교들 모두와 함께 그리고 동시에 교황과 함께 평화와 사랑과 일치의 유대 속에서 전체교회를 대표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이러한 개별교회와 보편교회와의 관계는 주교단의 단장과 그 구성원들과의 상호관계, 그리고 그 상호내재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가르침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구의 사목적 책임을 맡은 교구장 주교는 마땅히 자기 개별교회만이 아니라 다른 주교들과 동시에 교황과 함께 보편교회에 대한 염려와 공동책임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평화신문, 2007년 11월 18일, 한영만 신부(가톨릭대 교수, 교회법)] 사도좌 정기방문에 관한 신학적 · 교회법적 고찰 (하) 5년마다 사도 묘소 참배교황 알현 의무화 교회법에 따르면 성직 자치구장, 자치 수도원장, 대목구장, 지목구장, 직할 서리구장, 그리고 전례나 기타 이유로 속인적 기준에 따른 교회구장도 법률상 교구장 주교와 동등시 한다. 교회법(제376조)은 교구장 주교가 아닌 이들 주교들을 '명의주교'라 한다. 명의주교는 보좌주교, 교황청 부서의 장이나 차관, 교황대사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 교회법은 교구장 주교뿐 아니라 모든 개별교회의 목자들, 즉 속인적 개별교회인 군종교구나 성직자치단의 주교도 사도좌 정기방문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교회 규율 중에서 사도좌 정기방문을 다룬 문서는 「1983년 새 교회법전」, 교황령 「착한 목자」와 부록 「사도좌 정기방문의 사목적 의미」, 「사도좌 정기방문에 관한 주교성 지침」, 「교황청 업무 일반지침」, 주교들의 사목 직무에 관한 지침 「사도들의 후계자들」 등이 있다. 교회법전 1983년에 공포된 새 교회법전은 주교들의 사도좌 정기방문에 대해 제399~400조에서 다루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교구장 주교는 5년마다 자기에게 맡겨진 교구의 상태에 관한 보고서를 사도좌가 규정한 형식과 시기에 따라 교황에게 제출해야 하고, 이 보고서를 교황에게 제출하는 해에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묘소를 참배하러 로마로 와서 교황 알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구장 주교가 사도좌 정기방문 때 교황에게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형식은 △ 담당지역 인구 △ 교회조직 상태 △ 선교에 협력하는 선교사들과 그 협력자들 △ 입교자를 비롯한 청소년 신앙교육 문제 △ 신자들에 대한 사목 △ 교육기관 △ 복음화와 교회 임무 수행에 관한 관심사 등 50여 개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하도록 돼 있다. 사도좌 정기방문 주관 부서 사도좌 정기방문을 주관하는 교황청 주무 부서는 방문 의무가 있는 개별 주교들이 속한 주교성, 동방교회성, 인류복음화성이며, 협력부서로는 교황 알현 일정을 조율하는 궁내원이 있다. 주교성 산하 '사도좌 정기방문을 위한 특별사무처'는 각국 주교회의와 교황청 궁내원과 협의해 정한 주교들의 방문 시기를 파악하고, 전례집전 일정과 교황청 관계부서와의 만남 등을 준비한다. 주교성 「사도좌 정기방문 지침」 로마에서 이루어지는 사도좌 정기방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는 주교성 「사도좌 정기방문 지침」에 잘 드러난다. 이 지침에 따르면 사도좌 정기방문은 크게 3가지 일정으로 나뉜다. 먼저, '전례적 시간'이다. 전례적 시간은 거룩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로마 교회의 기둥인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무덤에서 이뤄지는 주교들의 기도 시간으로 채워진다. 이 전례적 시간은 교회의 친교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시간으로 사도좌 정기방문의 본질적 목적을 충족시켜 준다. 전례적 시간에는 로마에 있는 주교들과 신자들이 참여하는 전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사도좌 정기방문 목적에 부합하도록 장엄하고 품위있게 그리고 그 의미가 분명히 전달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교황 알현'이다. 개별 주교는 교황청 궁내원에서 정한 시간에 맞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을 개별 알현한다. 교황과 방문 주교들이 공동으로 전례를 거행할 수도 있다. 교황 알현시 주교들의 복장은 띠와 함께 의전용 수단을 착용해야 한다. 세 번째로 '교황청 부서들과의 접촉'이다. 교황청은 보편교회와 개별교회들의 선익과 봉사를 위해 교황을 정성껏 보필하는 부서들과 기관들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개별교회의 사목을 맡은 주교들은 교황청 부서를 방문해 현안을 협의하고 각 부서에서 주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 교황청 부서들과의 만남은 개별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지만 같은 주교회의의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도 있다. 이때 그들을 소개할 수 있는 대표인 주교회의 의장이 회원 주교들을 소개하고 현안을 논의할 때 사회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침서는 교황청 부서들과의 만남 다음에 공식 일정에 반드시 포함되지는 않지만 주교들은 로마의 어떤 본당이나 어떤 제 단체들을 방문해 그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사목적 경험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평화신문, 2007년 11월 25일, 한영만 신부(가톨릭대 교수, 교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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