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1)
어떤 교우분은 저에게 “천주교에도 법이 있었어요? 몰랐어요”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묻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사랑의 실천만 있으면 되지 교회에 무슨 법이 필요해요”라고 묻기도 하면서 “예수님은 율법학자들을 제일 많이 나무랐고 율법에 빠진 유다인들의 위선과 형식적 율법주의를 수차례 지적하셨는데 왠 법이냐”고 제법 심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렇다. 맞는 말씀들이시다. 결국 교회법을 포함한 교회내의 어떠한 제도들도 우리를 하느님의 나라로 이끌어주는 표지일 뿐 절대적이지 못하다. 심지어 성사마저도 그렇다. 하느님 나라 천상교회에는 분명 법이 없을 것이다. 또한 새벽미사도 없고 고백성사도 없을 것이다. 물론 교구와 교구로 나누어지고 교계제도에 의해 엄격히 규율되는 제도도 없을 것이고, 교무금도 성전신축헌금도 없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지상교회에서만 필요한 도구일 뿐인 것이다. 서울 가다보면 이정표에 서울의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주지만 막상 서울에 들어가면 그런 표지는 없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정표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으며 서울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영혼만이 아닌 제한적인 육신을 함께 가진 우리 인간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가는 여정에 있고(이미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교회의 일원이니만큼 하느님 나라를 방향지워주고 안내해주는 여러 가지 가시적인 표지나 법과 제도를 비롯한 성사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은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고 선언하신다(마태 5,17).
교회안에서 법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각자의 생각과 욕심을 가진 인간들이 모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지상생활을 마치신 예수님께서 맡겨두신 신앙과 성사와 은총, 카리스마와 사랑 등을 보관하고 관리하며 가시적인 구조를 통해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교류하고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교회에 위탁하신 역할들 특히 신권(potestas sacra)과 성사집전 기능들을 규정하고, 교계제도와 신자들의 상호관계를 정의(justitia)에 따라 정립하며, 신자 개개인의 권리와 의무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보장해주는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또 교회와 수도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분배하는 문제와 구성원들 사이의 분쟁을 조절하고 소송을 하는 절차를 규정하기도 하며, 교회의 공동선을 훼손하거나 정통교리에 문제가 있는 구성원들을 처벌하고 교화하는 질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교회의 구조와 질서 대부분을 법으로 정립하여 사용하고 있는 전세계의 보편법인 현행 법전은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새롭게 개정된 ‘1983년 교회법전’이다.
물론 이 법전은 라틴교회(서방교회)에서만 유효하다. 동방교회 중에서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고 라틴교회와 일치를 이루는 여러 예법의 교회들을 동방가톨릭교회라고 말하는데 이들 교회관계를 규정한 고유한 동방교회법이 존재한다. 동방가톨릭도 가톨릭교회에 속하기에 그 법의 선포자는 교황이다.
현행 교회법전의 특징 중 하나는 전례에 관한 법을 법조항에 포함시켜 전세계의 가톨릭교회가 전례형식의 단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많은 의견이 있었음에도 각 나라와 민족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신앙과 위배되지 않는 한, 전례에 있어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여 최종적으로 법전에 명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전례를 염두에 둔 이러한 법정신은 각 나라와 민족들의 고유언어와 풍습에 따라 전례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각 전례에 관한 교황청의 지침과 지역주교회의의 지침을 따라야함은 물론이다.
[2011년 1월 16일 연중 제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전주교구 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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