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6)
이번 달에는 혼인법과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과 특전에 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교회에서 말할 때 혼인은 창조주 하느님으로부터 기원된 남녀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즉 혼인은 아담(남자)과 하와(여자)를 짝지어주신 하느님께서 인류를 보존하시고 번창시키기 위해(창세 1,28 참조) 인간의 본성에 성욕을 심어 넣으시고, 둘이 결합하여 자식을 낳고 함께 살아가도록 하신 제도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창세 2,24 참조). 예수님도 이것을 확인하시며,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마태 9,3-10).
이러한 성서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교회는 모든 남녀의 혼인은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셨다고 고백하며 이를 ‘자연법에 따른 혼인’이라 하여 ‘자연혼’이라고 부릅니다. 교회법에는 세례를 받은 신자는 세례받은 신자와만 혼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혼인은 ‘성사혼’이라 하고, 나머지 즉 한편이 신자이거나 둘 다 비신자인 경우는 ‘자연혼’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가톨릭 신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신자 혹은 타종교 신자와 성당에서 혼인을 할 수 있는데 이를 ‘관면혼’이라고 부릅니다만, 어쨌든 이 관면혼도 자연혼입니다. ‘관면寬免)’이라는 말은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하지만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법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관할권자에 의해 법의 적용을 면제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교회는 혼인의 본질적 특성으로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강조합니다. 단일성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만의 혼인 즉 ‘일부일처제’를 의미하며 불가해소성이라는 것은 한 번 맺은 혼인은 배우자의 죽음 이외에는 서로 갈릴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혼은 안된다는 것이지요.
한편 교회혼인의 목적은 부부사랑과 자녀출산 및 양육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러한 혼인의 특성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혼인은 자격있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맺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자격이 있다함은 연령이나 혈족장애, 성품이나 범죄장애, 이전혼인에 대한 유대나 미신자 장애 등이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무런 장애가 없는 남자와 여자만이 혼인을 맺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적법하게 혼인을 했다면 자녀를 출산하여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한편 비신자끼리(혹은 타종교 신자끼리) 국가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혼인하여 살던 부부(자연혼)가 민법상 이혼 전이든 이혼하고 난 다음이든 한편이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을 경우에는(이혼 후에도 둘 다 세례를 받았을 경우에는 바오로특전을 적용받을 수 없음) 신앙의 보호를 위해 사도 바오로가 제시한 바오로특전(1고린토 7,15)을 통해 세례받은 사람의 재혼은 허락될 수 있습니다. 바오로특전은 세례받은 신자에게 세례받지 않은 배우자가 신앙을 방해하고 박해하여 신앙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면 헤어져서라도 신앙을 보호해야 한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근거로 생겨난 특전입니다. 물론 이 특전은 재혼 후에 세례를 받은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교회에서는 이혼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재혼은 불법적인 동거로 이해하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 경우 첫 번째 배우자가 세례를 받지 않아야 하고 재결합의 가능성이 없어야 하는 등의 몇 가지 조건을 채우면 본당신부는 이혼한 후 재혼 전이건 재혼 후이건 세례받은 사람의 신앙보호를 위해 재혼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특전의 전형적인 예는 이렇습니다. 비신자 두 사람이 혼인한 후에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빚다 한편이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뒤 신앙이 문제가 되어 민법상 이혼했다면 세례받은 편 당사자는 소속 본당신부에 의해 합법적으로 바오로특전을 적용받아 천주교 신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재혼할 수 있습니다. [2011년 6월 26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교황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겸 교구법원장)]
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7)
어떤 경우라도 남녀가 교회법에 의해서건 그 나라의 민법에 의해서건 합법적이고 유효하게 혼인을 맺게 되면 그 혼인에는 혼인유대(vinculum matrimonialis)라는 특별한 인연(끈)이 생기게 된다. 이 혼인유대가 존속하는 한 가톨릭 신자는 재혼할 수 없다. 물론 비신자들 사이의 재혼은 우리가 간섭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만일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으려 한다면 교회법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 혼인유대는 상대 배우자의 죽음이나, 바오로특전 그리고 교회법원에 의한 혼인무효소송을 통한 혼인유대해소를 통하지 않고는 결코 풀릴 수 없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혼인조당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신자들은 이 혼인유대에 장애가 있기에 조당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한 번 혼인한 후 이혼하고 다시 재혼하게 되는 경우가 모두 이 유대장애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들 중에 배우자의 사망에 의해 유대가 풀리거나, 바오로특전이 적용되는 경우이거나 교회법원에서 혼인무효판결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교회안에서 합법적이고 유효한 혼인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사례1을 통해 알아보자.
마리아씨는 냉담중에 비신자와 예식장에서만 혼인했다가 이혼하고 총각을 만나 재혼하려는데 이제는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서 성당에서 혼인하려고 한다. 이럴 경우 성당에서 혼인이 가능한가?
이런 경우는 가능하다. 마리아씨는 천주교 신자이므로 처음 결혼할 때 성당에서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기에 무효한 혼인생활을 했던 것이고, 따라서 교회법의 눈으로 보면 그녀는 불법동거를 한 셈이다. 그러므로 마리아씨는 재혼을 위한 아무런 법적 장애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재혼하려는 남자가 비신자이면 관면혼배를, 신자면 성사혼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본당신부는 마리아씨의 이전 혼인이 교회법적 형식의 결여로 인한 무효한 혼인이었음을 선언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혼인을 주례하면 된다.
또 다른 사례2를 보자.
A라는 자매는 비신자와 혼인하고 이혼한 다음 비신자인 이혼남과 재혼하여 결혼하여 살고 있다. 그런데 현 남편의 첫 부인은 세례를 받았다. A가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예비자교리를 받기 시작했다. A는 세례를 받고 현 남편과 교회에서 혼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A는 세례를 받고 바오로특전을 통해 현 남편과 혼인을 맺음으로써 이전 혼인의 유대를 풀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 남편이다. 왜냐하면 현 남편이 신자는 아니지만 그의 첫 부인이 결혼 후 세례를 받았는데 이혼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가 세례를 받고 현 남편과 교회에서 혼인예식을 원한다면 현 남편이 교회법원에 전 부인과의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교구법원에서 이전 혼인에 대한 무효판결을 받게 되면 된다. 즉 무효판결을 받으면 A는 세례받고 즉시 바오로특전을 적용하여 현 남편과 관면혼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현 남편이 소송을 거부하면 A는 세례를 받을 수 없다. 설령 본당신부의 부주의로 세례를 받았다 하더라도 A는 성사생활이 금지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능성은 하나 남아 있다. 그것은 현 남편의 첫 부인이 재혼하면서 바오로특전을 통해 다른 남자와 재혼하였을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현 남편은 이전 혼인의 유대에서 자동적으로 풀리게 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 A는 세례 후 즉시 바오로특전을 통해 현 남편과 성당에서 관면혼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7월 31일 연중 제18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겸 교구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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