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회법 해설 (11)
어느덧 한 해가 지나갑니다.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FTA 날치기 처리, 종편특혜 등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데 우리는 무기력하게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소득 불균형이 극심한데도 권력말기의 측근비리가 매일 터져 나오니 서민들로서는 힘이 빠집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가올 새 세상을 준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법이지요. 파라오의 독재가 극성을 부려 모든 히브리 사내아이를 죽여 이스라엘이 희망을 잃었을 때 구약의 위대한 목자 모세는 태어났습니다. 나아가 헤로데의 폭정과 권력욕이 극에 달해 세 살 미만의 무죄한 어린이들을 학살했지만 구세주 예수님은 태어나셨습니다. 힘을 모아 어둠을 이겨내야 합니다. 용기를 잃지 맙시다. 우리가 꿈꾸는 새 세상은 옵니다.
이번 달에는 교회법과 관련되어 교우분들이 질문해주신 내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질문1 : 교회법원에서 혼인무효판결을 받기도 하고 기각판결을 받기도 하는데, 혼인무효판결을 받을만한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요?
소송당사자가 교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우선 법원에서는 간단하게 문서소송을 할 것인지, 정식소송절차를 밟아야 할 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정식소송절차를 밟아야 할 사건은 1심과 2심을 거쳐 무효소송판결을 내리거나 기각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우리 교구는 광주관구에 속해있는 교구이기에 우리의 2심법원은 광주대교구에 설치되어 있는 상소법원입니다. 혼인무효라는 말은 혼인당사자들이 사제와 두 명의 증인들 앞에서 혼인서약(동의)을 했지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혼인이 성립되지 않을만한 중대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서약을 했을 때 사용합니다. 그러한 중대한 문제는 주로 혼인의 목적(부부사랑과 자녀출산 및 양육)과 특성(단일성과 불가해소성)과 관련되어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자녀출산을 지속적으로 거부한 경우, 배우자와 가정을 의도적으로 유기한 경우, 배우자 외에 습관적으로 다른 이성과 육체관계를 갖거나 그로인해 이혼을 강요한 경우, 자신의 자질(정신적 악성질환,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동성애 등)을 속이고 배우자와 혼인한 경우, 부모나 윗사람의 강요나 공포 때문에 혼인한 경우, 동거중이거나 사기결혼, 위장결혼에 속하는 경우, 그리고 선천적 성교불능인 경우가 이에 속합니다. 이러한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 교회법원은 오랜 기간의 심리와 심사숙고를 통해 무효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무효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새로운 혼인을 맺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교회는 이런 경우 아예 혼인이 맺어지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질문2 : 본인의 명백한 잘못 때문에 이혼하게 되었는데도 그 당사자가 교회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요?
물론입니다. 교회법원은 이혼 당사자들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자녀양육 문제와 위자료 문제 등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속의 법원에서 하는 일이지요. 교회법원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혼인이 유효하고 적법하게 맺어졌는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명백한 잘못을 한 당사자라도 교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본당의 사목자에게 문의한 결과 ‘안된다’라는 답변을 들었어도, 교회법원의 전문가들은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서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런 문제없이 10년 넘게 살다가 한 차례 외도를 했다면 세속법원에서는 이혼사유가 되지만, 교회법원에서는 무효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결혼 전에도 바람둥이였고 결혼 후에도 바람둥이였다면 무효판결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그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혼인서약을 거짓으로 했다고 판단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12월 18일 대림 제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겸 교구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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