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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법 해설: 성당에서 혼배하지 않으면 조당인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28 조회수3,599 추천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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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성당에서 혼배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조당에 걸린 거예요? 우린 법적으로 부부인데요?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하거나 혼인법과 관련되어 이런 저런 설명을 할 때 가끔은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받곤 합니다. “민법상 엄연한 부부이고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성당에서 혼배하지 않았다고 조당(혼인장애)이라니 말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신자가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하려면 먼저 혼인 당사자 두 사람이 함께 혼인강좌를 들어야 하고, 본당신부와 만나서 일정을 조절하고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혼인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다 증인까지 세워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성당에서 하지 못하고 예식장에서만 결혼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실정이지요.

그렇다면 교회는 어찌됐건 성당에 나오겠다는 사람을 환영해야지 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간섭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혼인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사실 혼인은 국가법이건 교회법이건 법이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했었고(세속적 실재로서의 혼인), 그것은 개인의 일이라기보다는 가족에게 혹은 부족이나 씨족에게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인을 성사시키는 일은 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에 따른 형식이 법으로 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9세기 경부터는 혼인은 부족이나 씨족의 일이라기보다 개인의 선택에 관한 일로 인정되기 시작하여 혼인이 당사자 두 남녀의 공적 약속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게 됩니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지배권 등이 사라지고 여성의 독립성이 보장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어 갔습니다. 즉, 혼인이 가족 혹은 씨족의 일이 아니라 개인의 일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교회는 지금까지 혼인에 대해 가졌던 미지근한 태도를 바꾸어 혼인이 인간 창조 때부터 하느님의 일이었고, 예수께서도 7성사 중 하나임을 강조하셨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11세기부터는 혼인에 대한 강력한 교회법적 규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개신교회는 16세기 종교개혁을 하면서 혼인에 대한 규제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고 하며 혼인은 전적으로 세속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성사성(聖事性)을 부정하였습니다. 개신교회에서는 혼인을 순전히 속된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남녀의 혼인과 이혼 등에 대해 교회가 간여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과연 어느 주장이 하느님의 뜻에 부합할 것인지요?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짝지은 것을 사람이 풀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혼인이 하느님의 섭리임을 밝히셨고,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둘 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은 혼인 안에 담겨 있는 세속성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눈으로 혼인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담과 하와를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는 사실뿐 아니라, 우리 삶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서 일생의 반려자를 맞아들이는 혼인을 모른 체 하실 수 없으십니다. 혼인은 하느님의 일입니다. 따라서 성가정을 꿈꾸며 혼인하고자 하는 교우분들은 교회의 규정에 따르면서 두 분의 계약을 맺으셔야 할 것입니다.

[2012년 7월 15일 연중 제15주일(농민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진화 마태오 신부(봉동 성당 주임겸 교구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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