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아 놀자] 관면 혼인예식까지 했는데요
궁금해요 : 신부님, 저는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모든 혼인서류를 다 준비해서 성당에서 관면혼인예식까지 했는데, 어느 날 성당으로부터 저희가 한 혼인이 무효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남편의 전 혼인 때문입니다. 남편은 사회혼인을 하고 이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다 얘기하고 혼인예식을 했습니다. 현재 남편의 전 배우자가 가톨릭 신자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저희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답입니다 : 자매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 같겠군요. 일차적으로 관면혼인을 준비할 때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남편분이 맺은 첫 번째의 혼인에도 유효한 혼인유대가 있습니다. 비신자끼리의 사회혼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민법상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교회에서 볼 때는 아직도 여전히 부부입니다. 혼인유대가 살아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다른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그대로 덮어두고 관면혼인예식을 하였나봅니다.
지금 상태에서의 해결방법은 현재 같이 사는 남편분의 첫 번째 혼인유대를 푸는 것입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교회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해서 혼인무효판결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바오로 특전’입니다.
‘바오로 특전’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당사자(현재의 남편, 또는 전 배우자) 중에 한쪽이 세례를 받고, 성당에서 새로운 사람과 혼인예식을 맺어야 합니다.
지금 상태는 남편의 전 배우자가 확실하게 세례를 받았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일 전 배우자가 세례를 받았고, 또 성당에서 ‘바오로 특전’을 했다면, 남편과 전 배우자는 이미 혼인유대가 해소됐습니다. 그렇다면 자매님과 현재의 남편분이 교회에서 혼인을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됩니다.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마시고, 차분히 주어진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가시길 바랍니다. 웃으실 날이 있을 겁니다.
* 신동철 신부는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로마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 전례와 성사 및 기타 신앙생활과 관련된 교회법에 대한 문의는 신동철 신부(stomaso@hanmail.net)나 편집국(22면 주소 참조)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9월 8일, 신동철 신부(안동교구 남성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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