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의 보물] <19> 교회법 (1) 교회법, 영혼 구원을 위한 신앙 지침
법학자들 사이에서 "하늘나라에서도 교회법이 존재할까?"라는 논쟁이 벌어졌고, 교회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격언에서 보듯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는 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회도 하나의 사회이기에 규범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교회의 교계제도와 조직의 구조가 가시적이기 위함이고, 하느님께서 교회에 맡기신 임무, 특히 거룩한 성사와 권한을 올바르게 집행하기 위함이다.
교회법 존재 이유
예수님께서 '안식일 법의 주인이 사람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셨다. 교회법도 교회의 구성원인 하느님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 교회와 신자들의 원활한 삶과 신앙을 위해 있는 것이다.
교회법은 좁은 의미에서 척도나 규범, 규율을 뜻하는 카논(canon)이라고 부른다. 교회의 직권에 의해 반포된 성문법과 그 조항, 즉 교회가 정한 신앙의 진리, 도덕률, 규율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물론 우리 가톨릭 신자들도 교회법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교회법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한다. 이는 교회가 지금까지 교회법 자체에 대한 이해와 준수보다는 '교회법 정신'의 실천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럼 '교회법 정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느님 백성을 이끄시는 하느님에게서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직접 말씀하시거나 예언자나 다른 계시를 통해 알려주신 내용이 교회법 내용이며 정신이다. 주님께서 교회를 세우시고, 당신 백성이 태어나게 하시고, 교회 안에서 성장해 공동체를 이루며, 하느님 자녀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모든 영혼을 구원으로 이끌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교회법 정신'이다.
'교회법 정신'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를 알아야 한다. 공의회 문헌 「계시헌장」에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비체이고 영적인 공동체인 동시에 교계 조직으로 이루어진 사회'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교회가 영적 존재인 동시에 가시적 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법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이고 영적인 공동체'와 '보이는 조직'이 잘 결합해 운영하도록 보이는 법을 통해 '봉사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교회법은 하느님과 그 백성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법의 원천은 구약의 율법과 예수 그리스도가 설정하시고 가르쳐 주신 내용, 초기 교회에서 사도들이 성령의 도움을 받아 공동체가 나갈 방향을 정한 내용 등이 그 원천이다. 여기에 4세기 이후 교회가 공의회를 개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교리와 계명, 전례 및 조직에 관한 규정, 교회가 점차 국가교회로 자리매김하면서 등장한 개혁법령집들도 포함된다.
교회 공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교회법
12세기 들어서 르네상스 인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신학교수였던 그라시아노 신부가 흩어져 있던 법령집들을 모아 집대성한다. 교회법이 법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이후 법들의 중복과 상치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체계적이면서 단순 명료한 법전이 요구됐다. 이렇게 편찬된 법전이 「비오-베네딕토 법전」(1917 교회법전)이다.
제1ㆍ2차 세계대전으로 세계는 혼란에 빠졌고 교회 역시 내부적 개혁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요한 23세 교황은 1959년에 교회법 개정 의사를 발표했으나, 공의회 개최가 우선임을 인식하고 이에 전념한다. 이후 전임 교황의 정신을 이어받은 바오로 6세 교황이 교회법적 기초를 마련했다. 이러한 기초를 바탕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3년 1752조에 해당하는 개정된 「로마가톨릭 교회의 법전」을 반포했다.
- 교회법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제약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도구이다. 사진은 「로마가톨릭 교회의 법전」.
이런 교회법은 교회의 공적 가르침을 근거로 한다. 성경과 성전 교부들의 공적 가르침에 법적인 성격을 부여한 것이 교회법이다. 또한, 교회법은 교리서의 기초에 근거가 된다. 교회의 가장 훌륭한 공적 영적서적은 성경, 교부들의 가르침, 교회법, 교리서라고도 한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묵상하며 읽는다면 더없이 좋은 영성서적일 것이다.
교회법의 적용 대상은 누구일까? 교회법 제1조에 "이 교회법전의 조문들은 라틴(로마 가톨릭) 교회에만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교회법의 강제성이 세상의 법보다 훨씬 약하다고 이야기한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국가법은 드러나지 않는 죄, 양심의 죄 등에 대해서는 법 집행의 강제성과 처벌 조항이 없다. 하지만 교회법은 일체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교회법의 작은 조항 하나라도 어기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조당(혼인장애)을 거는 건 그들의 신앙생활을 막기 위함이 아니다. 더 이상 죄를 양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긍정적 법적 제도다. 조당을 통해서 빨리 교회법 준수를 촉구하는 셈이다. 조당에 걸린 사람일수록 더 빨리 많이 주님의 은총과 자비를 청해야 하며, 교회 공동체는 조당에 걸린 이들에게도 성당에 가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럼 교회법은 왜 존재할까? 현행 교회법전 서두에 "하느님께 항상 충성하면서, 교회에 맡겨진 구원사명을 잘 수행하도록" 교회법이 개정됐음을 명시하고 있다. 교회법 마지막 조항인 1752조에서는 "교회법적 공평을 지키며 영혼들의 구원이 교회에서 항상 최상의 법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영혼의 구원이 교회법 최고의 목적임을 천명하는 것이며 교회법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4일, 최인각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정리=백영민 기자] [가톨릭 신앙의 보물] <20> 교회법 (2) 더 나은 공동체 위한 사랑의 회초리
교회법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와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자아(교회)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교회법을 통해 하느님 백성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지향이며, 더 멋진 공동체를 만들어 가며 서로가 잘살기 위한 바람이다. 교회법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에서 친교를 누리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한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영혼 구원을 향하는 인간
교회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자아는 무엇보다 영혼 구원일 것이다. 신자들은 교회법을 통해 ‘자신과 모든 이들의 영혼 구원’을 희망한다. 심지어 이에 대한 강제 규정도 만들었다. 교회법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구원 소식을 온 세상에 전파할 의무와 권리가 있음을 규정한다. 신자들이 구원의 신비를 깨닫고 살도록 그리스도교적 교육을 받고 시킬 의무와 권리가 있음도 제시한다.
예비신자들에게는 예비신자 교육으로 그리스도교의 구원 신비를 조금씩 맛 들이도록, 수도자들에게는 수도 생활을 통해 구원의 신비를 명상하고 관상하도록, 성직자들에게는 성무를 수행하고 전례 기도를 거행하면서 구원의 신비를 기억하고 나누도록 촉구한다. 또 사목자들인 주교와 본당 사목구 주임에게는 영혼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며,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특별한 방식으로 더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영혼의 구원에 요구되는 것들을 판단할 소임이 교계제도 안에 있으며, 영혼의 구원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수단이 활용돼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특별히 형벌을 적용할 때에도, 범죄인에 대한 성급한 처벌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범죄인이 교정되고 국가 권위에 의해 충분히 처벌받았을 때, 혹은 올바른 인생을 살아온 이가 처음으로 죄를 범했을 때, 형벌을 중지시킬 수 있는 규정을 두어 영혼을 구원하고 보호하는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성이 비정상적일 경우에는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교회법에서는 만 7세가 돼야 이성을 사용할 수 있다고 추정하면서, 그 이전의 미성년자는 유아로서 자주 능력이 없다고 간주하며(제11조) 이성의 사용이 늘 빠져 있는 자는 누구라도 자주 능력이 없다고 여겨 유아들과 동등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9조). 이성의 사용이 결여된 이들은 부모나 후견인, 법정 대리인을 통해서만 법률 행위나 소송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혼인과 서원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이성의 사용이 빠져 있는 자는 혼인이나 서원을 맺을 능력이 없다고 규정한다(제1095조, 1191조). 교회법전은 인간의 이성 사용을 법률의 중요한 기준점으로 삼고 이성의 사용을 추구하는 인간을 그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자들이 교회법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교회에 속한 사람’이다. 이는 교회 공동체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여정을 가고자 하는 열망에서 나온다. 교회법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합체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하느님 백성을 구성하며 교회에 합체돼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을 걷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6조, 204조 1항).
교회법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해, 보이는 교회 조직에 속하도록 규정한다. 어느 관할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교회법적인 혜택이 아닌, 제재가 따른다(제265조 참조). 예를 들어 주소 부정자는 혼인을 주례해주지 않게 돼 있다(제1071조 1항).
하느님을 향해가는 인간
교회법은 교회와 합체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교회와의 친교를 항상 보존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다(제209조 1항).
친교 선언은 교회 안에서 신앙선서와 성사들 및 교회의 통치로 그리스도와 결합해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교회의 친교는 신앙의 완전성과 통일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제386조 2항, 392조). 교회법에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는 자기의 고유한 조건에 따라 거룩한 삶을 살며 교회의 성장과 성화를 증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10조).
교회법전에서는 모든 이들의 공평한 법적 적용을 위한 기준들을 마련하고 있다. 교회법 제19조의 “교회법적 공평을 지킨 법의 일반원리들”이라는 조항이다. 이는 교회의 권위 봉사자들이 온화하고 포용력 있게, 분별력과 인내를 가지고 교회법을 적용하라는 지침이다.
그리고 신자들은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식하면서, 자신이 잘못했을 때 교회법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특별히 자신이 잘못했을 때 ‘사랑의 회초리’를 기꺼이 맞겠다는 표현이다. 준수해야 하는 교회법을 지키지 않을 때, 형벌도 받을 것이며 자신이 교회질서와 교회법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그 어떤 것도 감수하겠다는 표현이다.
따라서 교회법은 범죄자를 벌로 다스리기보다는 참회와 치료적 벌을 부과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실천하도록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교정과 치료를 통해 원만한 신앙생활을 목적으로 함에 있다. 교회에서 가장 큰 계명은 사랑인 까닭이다.
이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신자 모두는 이 사랑의 법에 기꺼이 순명하고 다른 이들을 이 숭고한 가치로 초대할 의무가 있다. 교회법전에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단체들은 사도직과 애덕 사업에 필요한 것을 지원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제222조 1항).
불완전한 인간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엉김과 불화를 풀어야 하는데, 신자들은 교회법을 통해 그 길을 마련하고자 한다.
따라서 고해 사제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하느님 백성과의 화해를 진지하게 신청하는 신자들의 성사 요청을 거부하거나 연기하지 말아야 한다(제980조). 신자들에게는 가벼운 죄도 고백하기를 권장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매년 적어도 한 번 이상 자신의 죄를 성실하게 고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제988조 2항, 989조).
교회법은 고해성사로 하느님과 화해하고 교회 안에 사는 하느님 백성과 화해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강제규정까지 두는 것이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그 해결방법으로 재판이 아닌 화해를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446조, 1676조, 1695조). [평화신문, 2014년 5월 18일, 최인각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정리=백영민 기자]
* 가톨릭신앙의 보물들은 이번 호로 연재가 끝납니다. 평화 TV에서는 계속 방영 중이오니 많은 시청바랍니다. 다음 호부터는 '신약의 비유들'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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