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고] 완고한 남편 때문에 조당을 풀지 못하고 있어요
묻고 : 저는 김 세실리아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천주교 신자가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주일학교 교사로도 활동했고, 신앙생활이 참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종교가 없는 남자와 결혼했고, 완고하고 고집이 센 남편은 제가 아무리 천주교에 함께 다니자고 권고해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관면혼배도 하지 못해 조당에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주일미사도 궐하게 되고, 영성체도, 다른 성당 활동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제 조당을 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성당에 가서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 때문에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답하고 : 학창 시절에 성당에서 활동하며 보냈던 시간이 많이 그립겠네요. 지금도 성당이 보이면 떳떳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텐데…. 죄인이라는 느낌 때문에 한 발을 내딛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용기를 내서 미사에 참례를 해봐도 성체도 모시지 못하니 허전한 마음이 더 크겠지요.
단순 유효화 혼인
세실리아 자매님의 혼인과 성사 생활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를 빌려 말하면 ‘혼인의 교회법적인 형식을 지키면’ 됩니다. 쉽게 말해서 성당에서 혼인식을 하면 됩니다. 이 혼인을 ‘단순 유효화혼’이라고 말합니다. 예식장에서만 결혼하고 살던 사람이 성당에서 혼인을 하는 것으로서 혼인의 효과가 성당에서 혼인하는 순간부터 생기는 것이지요. 다른 문제가 없다면 혼인식을 하는 것만으로 그만입니다. 그러자면 성당에 가서 혼인식을 해야 하는데…. 신랑이 성당에 딱 한번 와 주면 되지요. 그런데 그 한 번도 안오겠다는 남편 때문에 속이 끓지요. 성당에 가는 것이 남편에게는 낯설고 힘든 일일 것입니다. 성당에서 혼인을 안했다고 해서 사회 생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부부가 아니라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괜히 쑥스러운 자리에는 가기 싫고…. 그래서 자매님 혼자서 남편을 설득하기는 힘드시지요. 혼자서는 어려워도 여럿이 하면 좋은 결과가 종종 나옵니다. 성당 사무실에 가셔서 본당 신부님과의 면담을 신청하세요. 본당 신부님이 구역장이나 반장 혹은 형제 회장님 등을 통하여 여러 가지로 설득을 시도할 것입니다. 때로는 신부님 본인이 방문을 합니다. 어떤 때는 남편과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남편의 마음이 움직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본 유효화 혼인
어떤 때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설득을 시켜도 배우자가 성당에 오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당 사람과의 접촉 자체를 싫어하고 거부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어렵지요. 이럴 때에는 ‘혼인의 근본 유효화’라는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혼인식을 하지 않고도 혼인을 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특별한 제도입니다. 예외적인 규정이기에 이 제도를 이용해야 할지는 본당 신부님이 판단하실 것입니다.
[외침, 2013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김길민 신부(광주성당 주임, 교구 사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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