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3) 교황(敎皇)? 교종(敎宗)?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께서 신자들에겐 익숙한 ‘교황’이라는 이름 대신 ‘교종’이라는 호칭을 쓰고 계십니다. 몇몇 신자 분들은 이제까지 써오던 것을 왜 바꾸는지에 대해서 의아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주교님 덕분에 ‘교황’과 ‘교종’이라는 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교회의 황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교황’이라는 호칭은 우리에겐 익숙한 말이지만 정작 로마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매우 낯선 호칭입니다. 교회법적으로 우리가 ‘교황’이라 일컫는 분을 지칭하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마의 대주교(Il Romano Pontefice) 베드로의 후계자(Il Successore di Pietro) 주교단의 으뜸(Il capo del collegio Episcopale) 그리스도의 대리자(Il Vicario di Cristo) 거룩한 아버지(Il Sancto Padre) 보편교회의 목자(Il Pastore della Chesa universale)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 더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베드로의 후계자를 부를 때 쓰는 말은 존칭으로 ‘거룩한 분’(la Sua Sanctita), 그리고 일반적으로 아주 친근한 호칭인 ‘아빠’(Papa)입니다. 사실 그 어디에도 ‘황제’라는 의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가 로마에서 교회법 수업 중에, 한국에서는 로마의 대주교를 교회의 황제라고 부른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매우 화를 내시면서 절대로 안 된다고 하시면서, 황제(Imperator)라는 말은 언제나 베드로의 후계자와 대립했던 개념이라면서 분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황제라는 말은 매우 권위적이고 때론 무섭기까지 한 호칭입니다. 그래서 주교님께서 ‘교황’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교종’이라고 말씀하실 때 내심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종(宗)이란 말에도 군주, 우두머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 불교의 한 종파인 교종(敎宗)과 같은 한자라서 고민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황제와 같은 권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말할 때 가난과 겸손의 상징인 ‘프란치스코’라는 말과 ‘황제’라는 말이 함께 쓰이는 것 자체도 매우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실천하시는 삶의 모범도 왠지 ‘황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교황이라는 호칭과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교회는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의 안 보이는 으뜸(Caput Ecclesiae invisibile)이시고 베드로의 후계자는 교회의 보이는 으뜸(Caput Ecclesiae visibile)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황제라는 말보다는 교회의 으뜸이라는 뜻의 교종(敎宗)이라는 말이 더욱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복음의 기쁨 27항에서도 교종 프란치스코께서는 “교회의 관습과 해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구조가 자기 보전보다는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시며 교회의 삶이 더욱 복음 선포에 적합하게 쇄신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복음적 가치에 적합하도록 쇄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7년 3월 26일 사순 제4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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