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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속의 교회법4: 교황청, 사도좌, 성좌, 바티칸 시국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05 조회수3,313 추천수0

생활 속의 교회법 (4) 교황청, 사도좌, 성좌, 바티칸 시국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신자들은 ‘교황청’, ‘사도좌’, ‘성좌’, ‘바티칸’이라는 말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말들은 공식적으로도 서로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조금씩 다른 개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들입니다.

 

교황청(敎皇廳, Curia Romana)은 로마의 대주교이신 교종께서 로마 교구만이 아닌,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린 보편 교회의 선익을 위해 ‘교종의 이름과 권위로 봉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들’을 뜻합니다. 교황청은 사무국, 심의회들, 법원들, 평의회들을 비롯한 여러 기타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도좌(使徒座, Sedes Apostolica)는 초기에는 사도들이 설립한 교회와 그 설립자인 사도의 권위를 가리켰습니다. 7세기 이후에 와서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권위를 계승하는 로마 교회의 권위, 즉 교종만을 뜻하게 되었고, 이후 보편교회 안에서 ‘로마 교회를 지칭하는 고유 명칭’이 되었습니다.

 

성좌(聖座, Sancta Sedes)라는 말은 사도좌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서 사도들에 의하여 창설된 모든 교회의 주교좌를 뜻하는 말로 쓰이다가, 5세기 이후에는 로마,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 콘스탄티노플의 5개 총주교좌만을 성좌로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13세기 이후부터는 ‘로마교회 교종의 권위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성좌(Holy See)’라는 말은 국제 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교황과 교황청 그리고 바티칸 시국을 가리키는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티칸 시국(Civitas Vaticana)은 로마 시대 바티칸 지역(Ager Vaticanus)에 남아 있는 ‘가톨릭교회의 독립된 도시 국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교황궁을 비롯한 기타 유서 깊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바티칸 시국은 국제사회에서 독립된 국가의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교황청과 별도로 바티칸 시국 정부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일반적으로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서로 다른 뜻을 품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성지순례를 다녀오고서 “로마 교황청에도 들렀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교황청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고, 단지 베드로 대성전이나 바티칸 박물관을 다녀온 경우에는 “바티칸 시국을 방문하고 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바티칸에서 혹은 교황청에서 결정을 내렸다”는 표현보다는 “사도좌에서 혹은 성좌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그리고 “사도좌에서 혹은 성좌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교황청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조금은 더 적합한 표현입니다.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께서 교황이라는 호칭 대신 교종이라는 호칭을 선호하시면서 교회의 통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우고 계시기 때문에 ‘교황청’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당연히 새롭게 접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본래의 뜻에 적합하고 복음적인 이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7년 4월 2일 사순 제5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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