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17) 교종님을 ‘로마의 주교’라고 하는데, 교종님도 주교님이신가요? 교종으로 선출된 분에게 교종직을 수락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서 선출된 분이 자유로이 수락하면 그 누구로부터 인준 받을 필요 없이 그 즉시 교종직에 오릅니다. 곧 교종이 되기 위해 ‘교종 서품식’이라는 것이 따로 거행되지 않습니다. 정말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만약 탁덕(신부)인 사람이 교종직에 선출되면 교종직을 수락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바로 주교로 축성되면서 교종직을 수행합니다(교회법 제332조). 곧 주교품은 사도들의 지위를 계승하기 때문에 주교품 위에 더 높은 단계의 신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열두 사도를 베드로 사도가 대표했듯이 교종께서도 한 사람의 사도(주교품)로서 베드로 사도에게 수여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종님과 제주교구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은 마치 사도 베드로와 사도 요한의 관계와 같이 ‘형제 주교(사도)’ 사이입니다. 교종의 선거를 대비하고 여러 직무를 통해 교종을 보필하도록 교종께서는 당신의 자의로 추기경(Cardinalis)을 선발합니다. 추기경은 교종의 공적인 교령으로 서임되고, 서임과 공포된 때부터 법률로 규정된 의무와 권리를 갖습니다(교회법 제349조, 제351조). 즉 교종과 마찬가지로 ‘추기경 서품식’이 따로 없으며 이분들도 신품으로는 모두 ‘주교’에 해당합니다. 추기경단은 로마 지역교회에 자신의 적(籍)을 두는 명의(Titulus)를 지정받게 됩니다. 곧 어떤 분들은 로마 근교 7개 교구의 주교 명의를 받고(주교급 추기경), 어떤 분들은 로마 교구 성당의 명의(탁덕급 추기경)나 부제관의 명의(부제급 추기경)를 받게 됩니다(교회법 제350조). 이를 통해 추기경들은 로마 지역교회에서 ‘실제로는 사목하지 않지만 명목상 적을 둔’ 로마 지역교회의 성직자들이 됩니다. 그래서 로마 지역교회에 적을 둔 성직자들인 추기경단이 성령 안에서 콘클라베(Conclave)라는 제도를 통해 자신의 주교(로마 지역교회의 주교)를 선출하는 것입니다. 주교님들 중에서 직무에 있어 큰 권위를 가지거나, 관구장(Metropolita) 좌를 영도하는 주교님은 대주교(Archiepiscopus)가 되는데, 이 역시 ‘대주교 서품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관구장좌인 광주대교구의 보좌주교님이 교구장 주교님이 되면 그 자체로 대주교로 승격되고 따로 ‘대주교 서품식’을 거행하지 않습니다. 단지 관구장에 교회법적 서임을 한 후에 로마에 가서 교종으로부터 관구장의 권력을 상징하는 견대(pallium)를 받게 됩니다. 지난 호에서 교계제도 안에서 서품과 관련된 신품권(神品權)에 따라서는 주교, 탁덕, 부제로만 구분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교종, 추기경, 대주교, 주교, 부주교, 보좌주교 모두 사도들의 지위를 계승하는 주교 축성을 통해 성품에 있어 동일한 주교품을 받은 주교님들입니다. 단지 교계제도 안에서 여러 위계로 구분되는 것은 신품에 있어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신품으로 ‘승품’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주교품 안에서 해당 지위에 ‘승격’되는 것입니다. [2017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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