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22) 주교님은 무엇이든 당신 뜻대로 하시나요? 교구장 사목방문 중에 신자 분들이 자유롭게 주교님께 질문하고 건의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 주교님께 신자들이 건의를 하게 되면 주교님께서 바로 대답을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교구청 담당 사제에게 검토하도록 요청하시거나 때로는 평의회의 의견을 듣겠다고 대답하시기도 합니다. 많은 신자 분들은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무엇이든지 당신 뜻대로 선택하시고 결정하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법에 따르면 교구장 주교는 교구 내의 모든 일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권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권한은 다양한 의견 수렴 기관을 통해 여러 의견을 들은 후에 행사하게 됩니다. 특별히 교회법이 정한 중요한 사안일 경우에는 반드시 자문 기관의 의견을 들은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비록 자문 기관의 조언이나 의견에 따라서 결정을 내려야 할 의무는 없지만 적어도 중요한 사안의 경우 자문을 받는 것은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교구장 주교님은 교구의 예결산과 재산의 관리와 관련하여 결정을 내릴 때 적어도 3명 이상의 재무와 국법에 정통한 그리스도교 신자들로 구성된 재무평의회의 자문을 얻습니다(제492조). 또한 교구에는 주교의 원로원으로서 사제단을 대표하는 사제들의 회합인 사제평의회가 설치되어 법규범에 따라 교구 사목이 최대의 선익을 이룰 수 있도록 교구장 주교를 보필하게 됩니다(제495조). 제주교구에도 교구청 각 담당 사제들과 특수 사목 사제들 그리고 각 지구의 지구장과 부지구장이 참석하는 사제평의회가 분기별로 개최되어 교구의 사목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교구장 주교님께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제평의회 위원 중에서 교구장 주교가 임명하는 6명 이상 12명 이하의 사제들이 참사회를 구성하여 필요한 때마다 모여서 사제 인사를 비롯한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교구장 주교에게 조언하게 됩니다(제502조). 마지막으로 교구에는 주교의 권위 아래 교구 내의 사목 활동에 관한 것을 조사하고 심의하며 이에 대한 실천적 결론을 제시하는 소임을 가지는 사목평의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제511조). 사목평의회는 성직자를 포함한 봉헌생활회원(수도자) 그리고 특히 평신도 대표로 구성되어(제512조) 하느님 백성 전체를 대표한 이들이 교구장 주교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여 교구 통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할 수 있습니다. 교회법상 사목평의회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만 소집되면 되지만(제513조 제2항), 제주교구에서는 매 분기마다 개최되는 사제평의회 일주일 전에 사목평의회를 열어서 신자 대표의 의견을 교구장 주교님께서 먼저 수렴한 후에 이를 토대로 일주일 후에 개최되는 사제단을 대표하는 사제평의회의 논의를 통해 교구의 중요한 사목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교구장 주교님은 모든 것을 당신 뜻대로 결정하실 수 있는 직권을 가지고 계시지만 교회법 규정에 따라 사제단과 평신도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렴한 후에 사목적 결정을 내리고 계십니다. [2017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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