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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속의 교회법37: 미사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음식을 먹어도 되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14 조회수6,539 추천수0

생활 속의 교회법 (37) 미사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음식을 먹어도 되나요?

 

 

지성한 성체를 합당하게 영하기 위하여 교회는 영성체하기 전에 일정한 시간 동안 금식하도록 하는 ‘공복재(空腹齋, ieiunium Eucharisticum)’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교회법 제919조 1항은 ‘지성한 성찬(성체)을 영할 자는 영성체 전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물과 약 외에는 어떤 식음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규정에 따르면 ‘미사 시작 한 시간 전이 아니라 영성체 한 시간 전에 공복재를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사 시작이 한 시간 남았다 하여도 미사 중에 영성체하기까지 한 시간 이상 남았다면 간단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공복재 규정은 성체를 모시게 될 때 성체가 우리 몸 안에서 다른 음식과 혼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으로, 위장(胃腸)에 있는 음식물이 내려가는 시간을 고려하여 영성체 전 한 시간 동안 식음을 삼가도록 하였습니다. 예전에는(1917년 법전) 주일에 영성체하기 위하여 자정부터 공복재를 지키도록 하였었습니다. 이 규정을 ‘공심재(空心齋)’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성체를 영하기 전에 몸을 깨끗이 비우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깨끗하게 준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비록 영성체 시간이 한 시간 이상 남았다고 하여도 영성체를 앞두고 무리하게 과식하거나 음주를 하는 것은 성체를 영하기 위한 올바른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지성한 성체를 합당히 모시기 위한 하느님 백성의 몸과 마음의 준비가 설렘과 기쁨이 아니라 고통과 부담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과 약은 영성체 전의 어느 때라도 음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들의 경우 같은 날 두 번이나 세 번 미사를 거행하면서 둘째나 셋째 미사 거행 전에 비록 한 시간의 간격이 없더라도 조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919조 2항), 노인들이나 병약자들은 영성체 한 시간 이내에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919조 3항). 그런데 교회법은 노인들이나 병약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간호하는 이들일 경우 그들이 비록 젊고 건강하여도 영성체 한 시간 전에 음식을 조금 먹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919조 3항).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노인이나 환자가 성체를 영하기 한 시간 이내에 음식을 먹게 될 경우에, 그들을 간호하는 이들이 성체를 영하기 위하여 음식을 먹지 않고 있으면 음식을 먹는 노인이나 병자가 마음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죄를 짓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인을 돌보거나 병자를 간병하는 이들이 노인과 병자들과 함께 음식을 조금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교회가 공복재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불필요하게 신자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신자들이 합당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과 일치를 이루는 놀랍고 경이로운 순간인 영성체를 잘 준비하여 형언할 수 없는 영적 선익을 충만히 받아 누리도록 초대하기 위함입니다.

 

[2018년 4월 15일 부활 제3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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